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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 강 Aug 19. 2024

밀린 일기 쓰는 중 - 인도네시아

한계 (1)

한계다.


결론이 나왔다.

내 힘으로 이들을 변화시킬 수 없다.

화도 내봤고 달래도 봤다.

하지만 저들은 변하지 않는다.

나 따위가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은 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 깨달았다.

나는 이들을 변화시킬 수 없다.


화가 난다.

변화시킬 수 없다면, 내가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

변화를 원하지 않는 다면, 이곳에 내가 있을 필요도 없다.


이곳에서 나는 떠나야 한다.


사직서를 적는다.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인도네시아란 나라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한국 가면 뭘 해서 먹고살지 하는 막막함이 스쳐 지나간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했어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이룰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스쳐 지나간다.

마지막으로, 부족함 때문에 사직서를 쓰는 내가 혐오스럽다.

나란 놈은 고작 이런 사람인가.


최선을 다했는가?

그 최선이란 게 내 입장에서의 최선만 말하는 게 아닐까.

저들의 최선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저들의 변화를 기다려주기는 해 봤는가.

기다려 주지도 않고 변화를 바라기는 한 건가?

나 혼자 날뛰고 나 혼자 지쳤다.


본사에서 나를 보낸 이유가 있겠지.

내가 이곳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에 보답해야지.

큰 변화가 안되면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야지.

인도네시아어도 모르는 놈 취직시켜 준 회사에 보답은 해야지.

나보다, 나를 이곳에 보낸 회사를 믿어보자.


사직서는 잠시 접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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