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기질이 있던 동생
귀신이 설마 그걸 모르겠어?
귀신이 설마 그걸 모르겠어?
동생은 탐정 기질이 있었다. 결혼 생활 중 남편이 바람피우는 걸 곧잘 알아냈는데 그 과정이 심부름센터 직원도 울고 갈 실력이었다. 그야말로 촉으로 감지하고 논리적 추론으로 알아냈다. 그 정확성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하루는 밤늦게 동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너무나도 침착한 목소리로,
"남편이 지금 바람을 피우고 있어. 어떡하지?"
하는 것이다. 그래서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냈느냐니까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통해 알아냈다고 한다. 먼저 다양한 경로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 뒤 그럴듯한 가설을 세운다. 그런 다음 지르기 수법과 질문법으로 남편을 심문한다. 그러면 단순한 남편이 술술 죄를 자백했다.
그 날의 백미는 남편에게 핸드폰을 걸었을 때 받으면서 들려온 작은 소음이었다. 동생 직감으로 텔레비전 소리 같았다. 통화를 하면서 얼른 텔레비전 화면을 켰다. 그리고 채널을 마구 돌리다가 거기서 들린 유명 개그맨이 나오는 채널을 알아냈다. 그 걸 단서로 추적을 거듭해서 꼬리를 잡았다.
독 안에 든 쥐처럼 꼼짝없이 걸린 남편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싹싹 빌었는데 여장부 기질의 동생이 처음이니 쿨하게 넘어가 주었다고 한다.(이 부분이 가슴 아프다. 나중에 알고 보니 쿨해서가 아니었다. 너무 사랑해서였다.) 그런데 그 뒤로도 여러 번 반복이 되니 결국 이혼하고 말았다.
동생의 추리 실력이 나에게 큰 위안이 되는 사건이 있었다. 대학시절 나는 아주 잠깐 캠퍼스 커플이 될 뻔했다. 당시 우리 학교에서 어떤 남학생이 매일 학보 꽂이에 편지를 써서 꽂아두었다. 편지에는 절절하게 짝사랑하는 심정을 담고 있었다. 그 내용에 반해서 몇 번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결국 학교 안에서 소문나는 게 두려워 헤어지자고 했다. 그때 너무 슬퍼하던 남학생에게 지금도 미안하다.
그 남학생은 결국 나에게 그 슬픔을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몇 달 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갑자기 백혈병을 진단받은 것이다. 내가 매몰차게 찬 후 그런 일이 생기니 죄책감이 들었다. 동생이 그때 던진 한마디가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네가 차서 백혈병이 생겼나 보다."
그 당시 우리 집 전화번호는 496-0191이었다. 그 남학생은 말장난을 좋아했는데 그 번호를 가지고 '사구려, 영혼 구원'이라고 부른 것이다. 영혼 구원하는 걸 사라니, 발상이 참 기발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죽고 나자 그 번호의 의미가 새삼스레 다가왔다.
당시 백혈병은 수술비가 워낙 고액이라 전교생이 힘을 합쳐 수술비를 모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술을 받아보기도 전에 하늘나라로 갔다.
그로부터 1년 후 내가 주말에 자취집에서 집으로 온 날 동생이 새파랗게 질려서 나에게 말하는 것이다.
"오늘 전화가 왔거든. 그런데 다짜고짜 거기, 사구류 영혼구원이죠? 하는 거야."
그 말을 듣자 소름이 쫘악 끼쳤다. 귀신이 전화를 했단 말인가? 우리 집 전화번호를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그 남학생밖에 없었다.
그 당시 내가 그 남학생을 찼다는 사실 때문에 나를 미워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 학생 중 누군가 평소 그 남학생에게서 들은 걸 기억했다가 전화를 한 것일까? 나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그 당시 나는 학교가 멀어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남학생과 만날 때는 집에서 다녔다. 계속해서 밥도 못 먹고 그 일로 덜덜 떨고 있는 내게 동생이 시크하게 한마디 던졌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겨우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
"무서워할 거 없어. 어차피 귀신은 아닐 테니까. 귀신이라면 네가 자취하는 걸 모를 리가 있겠어? 그걸 모르면 귀신 자격이 없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