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역국의 비밀: 한국인의 아이오딘 이야기

우리가 몰랐던 해조류와 건강의 연관성

by 김형범

한국의 일상적인 식탁을 떠올려 보면 미역국, 다시마로 우린 국물, 바삭한 김 등 해조류가 빠지지 않습니다. 이런 식재료들이 얼마나 흔하고 자연스럽게 우리 삶에 녹아있는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혹시 알고 계셨나요? 이런 해조류가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특별한 영양소를 제공합니다. 바로 아이오딘입니다.


아이오딘은 전 세계적으로 결핍 문제가 두드러지는 영양소 중 하나입니다. 세계 인구의 약 10%는 아이오딘이 부족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고 하니, 많은 나라들이 아이오딘 첨가제를 소금에 섞어 사용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아이오딘 결핍과 거리가 멉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식재료 중에는 아이오딘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미역입니다. 미역은 산모가 출산 후 반드시 먹는 음식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문화적 전통이 만들어진 이유는 단순히 관습 때문이 아니라, 미역이 출산 후 여성에게 필요한 여러 영양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역뿐만 아니라 김, 다시마, 멸치 등 한국 식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재료들이 아이오딘 함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반찬을 제공하는 작은 식당에서도 아이오딘이 풍부한 재료를 사용한 음식을 쉽게 찾을 수 있죠. 반면, 해조류를 접하기 어려운 내륙 국가에서는 아이오딘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결핍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풍부한 아이오딘 섭취가 항상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오딘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갑상선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임산부가 과도한 아이오딘을 섭취하면 태아의 지능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아이오딘 결핍 문제를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반대로 과다 섭취에 주의해야 합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권장하는 하루 최대 아이오딘 섭취량은 2.4mg입니다. 이를 미역국이나 김으로 따지면 하루 권장량을 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겠죠.


또 하나 알아두어야 할 점은 요즘 해외 직구로 영양제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해외 영양제에는 아이오딘이 첨가된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에서는 아이오딘 결핍이 흔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첨가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인의 경우 별도의 아이오딘 보충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의 식탁에서 익숙한 해조류가 이런 국제적인 영양 문제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은 참 흥미롭습니다. 앞으로 미역국 한 그릇을 먹을 때에도 이 음식이 단순히 맛있고 익숙한 것을 넘어, 건강과 연관된 독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어떨까요? 한국인에게는 아주 당연한 해조류가 세계적으로 보면 특별하다는 사실은, 우리의 일상이 주는 작은 놀라움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래는 왜 암에 걸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