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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하지 않아도 잘 흘러가는 팀의 비밀

일상에서 애자일하게 일하는 다섯 가지 방법

by 김형범

누군가와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입니다. “계획대로 안 되네.” “회의는 했지만, 다들 제각각이야.” “일정은 쫓기고 있는데, 뭘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런 말은 단지 프로젝트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일의 방식, 그리고 함께 일하는 문화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애자일(Agile)’입니다. 애자일은 거창한 프로젝트 관리 기법이 아닙니다. 거대한 시스템 없이도 작게, 유연하게, 함께 나아가기 위한 일의 방식입니다. 이미 많은 기업과 조직이 이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고, 그 흐름은 IT 산업을 넘어 교육, 공공, 창작 분야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 애자일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작고 실용적인 애자일 방식 다섯 가지를 소개합니다.


1. 작게 시작해보고, 반응을 먼저 살핀다

처음부터 완벽한 기획을 하려다 보면, 오히려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게 됩니다. 애자일에서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소한’을 먼저 시도하고, 그 반응을 바탕으로 개선합니다. 예를 들어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라면, 8차시 전체를 짜기보다 1~2차시 먼저 구성해 수업을 시도하고, 학생들의 반응을 반영해 다음 차시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MVP(Minimum Viable Product)’라는 개념과 닿아있습니다. 최소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를 먼저 꺼내어 테스트하고, 현실과 맞춰가며 점점 다듬는 방식입니다.


2. 매일 5분, ‘짧은 공유’의 시간을 만든다

애자일 실천에서 중요한 문화는 ‘데일리 스크럼’입니다. 이는 하루에 한 번, 팀원들이 짧게 모여 각자 어제 무엇을 했는지, 오늘 무엇을 할 예정인지,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공유하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통해 서로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중복되는 업무나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며,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혼자 일할 때도, 자기 일정을 아침마다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생깁니다.


3. 칸반 보드로 일의 흐름을 가시화한다

일을 잘한다는 건, ‘해야 할 일’과 ‘하고 있는 일’, 그리고 ‘끝난 일’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시각적 도구가 ‘칸반 보드(Kanban Board)’입니다. Trello, Notion, 포스트잇 벽, 화이트보드 등 어떤 도구든 상관없습니다. 단지 "To do / Doing / Done"으로 나눠 일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우선순위가 보이고, 병목 구간이 드러나며, 진행 상황을 팀 전체가 공유할 수 있습니다.


4. 매 주기마다 ‘회고’를 한다

애자일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합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했던 방식 자체를 되돌아보는 ‘회고(Retrospective)’가 필수적입니다. 회고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나눕니다.


이번 주 우리가 잘한 점은 무엇이었나?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다음 주에는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을까?


중요한 것은 책임 추궁이 아니라 개선을 위한 논의라는 점입니다. 회고가 정착되면, 팀은 매번 조금씩 더 나아지는 문화를 갖게 됩니다.


5. 빠르게 시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애자일은 ‘실패해도 괜찮다’는 전제를 갖고 있습니다. 실패는 피해야 할 결과가 아니라, 다음 시도를 위한 데이터입니다. 디자인, 콘텐츠, 기획 등 정답이 없는 일일수록 완벽하게 하려 하지 말고, 작은 시도를 빠르게 해보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 피드백 루트를 사전에 만들어두면 더 좋습니다.



애자일은 기법이 아니라 문화입니다

애자일은 단지 ‘일을 분류하고 반복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변화에 적응하고,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더 나아지기 위한 문화입니다.


그래서 애자일은 1인이든 팀이든, 학교든 조직이든 적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어떤 사람들과 어떤 태도로 일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바쁘고 복잡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그 안에 작은 애자일을 하나 심어보는 건 어떨까요? 작게 시작하고, 자주 이야기하며,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일의 감각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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