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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려도 나아가는 일의 방식

예측 불가능한 시대, 유연하게 일하는 애자일의 태도

by 김형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정하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세상이 말해주는 현실은 늘 그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습니다. 환경은 수시로 바뀌고, 사람들의 기대도 계속 달라집니다. 처음에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계획도 어느 순간 어긋나고, 우리는 다시 처음부터 고민하게 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애자일(Agile)’이라는 일의 방식입니다. 애자일은 영어로 ‘민첩한’, ‘기민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며, 함께 조율해나가는 방식을 말합니다.


애자일은 본래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모든 기능과 요구사항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하나의 완성품을 만든 뒤에야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종종 현실과 맞지 않았습니다. 기술은 이미 바뀌었고, 사용자의 요구도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애자일입니다. 애자일은 큰 계획을 세우는 대신, 작은 단위의 목표를 정해 짧은 기간(1~2주) 동안 집중해서 만들고, 그것을 테스트한 뒤 피드백을 받아 다시 개선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며 점점 완성도 높은 결과를 만들어가는 방식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 만들 수 있는 최선’을 바탕으로 시작하고 계속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애자일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적응’과 ‘소통’입니다. 예를 들어, 팀원들이 매일 아침 짧게 모여 어제 한 일, 오늘 할 일, 어려운 점을 공유합니다. 이를 통해 서로의 상황을 파악하고,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됩니다. 또한 매 작업이 끝난 뒤에는 ‘회고’라는 시간을 통해 함께 일한 방식에 대해 되돌아보고, 더 나은 방법을 찾습니다. 일을 잘했다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하는 태도, 이것이 애자일의 진짜 힘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애자일은 더 이상 IT 분야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교육 현장, 복지 기관, 디자인 스튜디오, 콘텐츠 제작 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애자일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업을 설계할 때도 처음부터 모든 교안을 완벽하게 만들기보다, 작은 단위로 수업을 운영해보고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며 계속 보완해나가는 방식이 애자일의 철학과 맞닿아 있습니다. 완벽한 수업보다, 살아 있는 수업,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바로 애자일입니다.


애자일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변화 앞에서 당황하기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며, 필요하다면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는 유연함입니다. 혼자 완벽하게 하려 하기보다, 함께 더 나은 방향을 만들어가는 겸손한 실행력입니다.


일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일해야 합니다. 작게 시작하고, 자주 이야기하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애자일이 말하는 일의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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