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으로 말하는 사람들

터키 산골 마을에서 들려오는 언어의 기적

by 김형범

어느 날, 산을 타고 흘러나오는 새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그게 단순한 자연의 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분명 휘파람인데, 그 안에 뜻이 담겨 있고, 누군가는 그 말을 듣고 대답을 합니다. 이런 신비로운 장면이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터키 북동부의 험준한 산악지대에 위치한 작은 마을, 쿠스코이입니다.


쿠스코이라는 이름은 터키어로 ‘새의 마을’을 뜻합니다. 이곳 주민들은 말 대신 휘파람으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그저 장난이 아니라, 사람 이름부터 숫자, 문장, 감정 표현까지 가능한 하나의 언어 체계입니다. 이 휘파람 언어는 ‘쿠쉬딜리(Kuşdili)’라고 불리며, 무려 5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대를 넘어 전해 내려왔습니다.


이 마을의 지형은 가파른 협곡과 산비탈로 이루어져 있어, 직접 왕래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바로 이런 자연적 조건이 휘파람 언어라는 독특한 의사소통 방식을 만들어낸 배경이 되었습니다. 마치 새소리처럼 멀리까지 울려 퍼지는 휘파람은, 멀리 떨어진 이웃과도 신속하게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실제로 휘파람 언어의 전달력은 놀라운 수준입니다. 손가락을 입에 넣거나, 혀끝을 특이하게 말아 만든 고저장단의 소리는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데시벨 수치로는 정확히 측정되지 않았지만, 현지에서는 “산 건너편까지 휘파람이 들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 언어의 실용성은 일상뿐 아니라 역사적인 순간에도 빛을 발한 적이 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군이 흑해 지역으로 진격하던 긴박한 시기, 쿠스코이 마을 사람들은 휘파람으로 “러시아 병사가 들어왔다”는 경고를 서로 전달했고, 마을 주민들은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단순한 말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무기가 된 셈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독특하고 가치 있는 전통도 현대화라는 흐름 앞에서는 점점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휘파람 언어를 사용할 필요가 줄어들었고, 젊은 세대는 굳이 배우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상황을 우려한 유네스코는 2017년, 쿠스코이의 휘파람 언어를 ‘긴급보호가 필요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지역 사회에서도 보존 노력이 시작되었습니다. 같은 지역인 기레순대학교에서는 2021년부터 관광학부 선택과목으로 휘파람 언어 강의를 개설하였습니다. 담당 교수는 휘파람 언어가 머지않아 ‘전시용 언어’로 전락하고, 결국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을 표했습니다. 그래서 현지인 수준의 실력을 갖춘 전문가를 양성하는 3년제 종합과정을 검토하고 있고, 이 과정을 이수한 인력을 쿠스코이 마을에 투입해 ‘에코 관광’을 활성화하는 계획도 세워졌습니다.


과학적으로도 이 언어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 대상입니다. 일반 언어를 사용할 때 주로 활성화되는 좌뇌뿐 아니라, 소리와 음악을 담당하는 우뇌도 함께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즉, 휘파람 언어는 말과 음악이 결합된 독특한 언어 체계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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