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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팡팡이 Oct 13. 2015

2. 가을 하늘이 사무치도록 유난하다.

그러니 나는 네가 보고싶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또렷한 기억이 있다.


  삶이 멈춘 적이 있냐고 묻는다면, 20살이라 말하고 싶다. 마음이 연약해서 크고 작은 일들을 많이 경험했지만, 그래도 삶이 멈춘 적이 있냐고 묻는 다면 20살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도, 함께 했던 우정도 하나 둘 흩어지고, 뜨거운 불 아래 빵을 구워야 했던 20살 여름방학.  

  누구에게도 힘들다 말하지 못하고 꽁꽁 숨어 있던 날들.
   그러는 중에 꽃다운 너는 갔다.
  눈을 감은 너는 이마에 청춘의 아름다운 자국을 남기고선, 바람도 멈추고, 걸음도 멈추고, 생각도 멈추고선 영원히 잠들었다.

  그 날 이후, 나는 너와 친한 친구들을 만나지 않았다. 몇 년 동안 너의 번호를 지우지 못했다. 몇 년 동안 꼭 한 번 꿈에 나타나기를 기도했다. 여러 날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더운 불 아래 낯선 이들을 위해 빵만 구웠다. 슬픔을 숨기고 웃음을 팔았다. 유일하게 나를 이해해준 어머니만이 아무 말 없이 매일 데리러 오셨다.


  많은 일을 겪었지만, 그 많은 일은 너가 겪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힘들때마다 혼자 삼키는 버릇이 생겼다. 많은 일을 글로 남겼지만, 너의 이야기를 남긴 적이 없었다는 걸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나의 기도는 너가 아직 듣지 못했는지 꿈에 나오지 않는다.  가을 하늘이 무지 깊고 맑더라, 그런 날을 만끽하지 못하는 내가 시무룩했는데 그러다가 너가 너무 유난히 보고싶었다.


  가장 아름다운 20살 여름은 퉁퉁 부은 얼굴로 가득했었다.


  비밀스러운 나날들이었다. 나는 여전히 너가 사무치게 보고싶으니 그러니 꼭 한 번 찾아오기를 바라며 또 다시 다짐한다.
   '미안하다. 미안하니 다시 열심히 살아야겠다.'라고 가을 하늘을 보며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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