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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빛 Jan 07. 2021

밥 먹었니?

보고 싶다는 뜻이야.


누구에게나 가끔 엄청 바쁜 날이 있다.

나에겐 오늘이 그랬다. 오늘은 정말 시간을 나노 단위로 쪼개서 쓴 것 같다.


아침부터 이 한파에 건조기가 고장 나서 사람을 부르고, 정수기 점검을 받았으며, 아이의 아침 수업을 돕고 청소를 하고 나니 점심시간이었고, 또 밥을 먹이고 설거지를 하고 아이의 영어 화상수업을 준비해주고, 잠시 짬을 내서 은행을 다녀오고, 또 간식을 준비하고, 저녁 찬거리를 준비한다고 마트도 살짝 다녀오고, 아이랑 인형놀이를 하며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며 현타를 느끼고, 열심히 어질러 놓은 집을 치우고, 분리수거 일이라 재활용을 가져다 버리고.......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이 없었다.

아이의 영어 수업이 끝나니 5시. 나는 아이를 씻기고 저녁을 준비했다.


그런데 엄마한테 자꾸 문자가 왔다.


“ 밥 먹었어??”


아니 엄마는 지금 시간이 몇 신데, 밥 먹었냐고 물어보는 건지. 점심을 넘어 저녁을 차릴 시간 즈음인데.

바쁘기도 하고 대답하기도 솔직히 귀찮아서 문자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이제는 아빠한테 문자가 왔다.


“밥 먹었어?”


역시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이를 재우고 빨래를 개면서 멍 때리다 문득 아까 엄빠가 보낸 문자가 생각이 났다. 흔한 인사의 문자였지만 신경이 쓰여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밥 먹었지. 엄마.
근데 엄마는 뭘 당연한 걸 물어보냐고.

그랬더니 엄마가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보고 싶다는 뜻이야.
하고.

맨날 들었던 말인데. 엄청 흔한 말인데. 할 말 없을 때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밥 먹었어?라는 말이 참 따뜻한 말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의 뜻을 이제야 오롯이 깨달은 것 같다.


사실 코로나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 나는 부모님을 뵌 지 반년도 넘었다. 지난 추석에도 코로나 때문에 찾아뵙지 못했다.

그래서 엄마 아빠는 내가 엄청 보고 싶으셨나 보다.

보고 싶다는 말은 뭔가 쑥스럽고 오글거리니 그 마음을 밥 먹었냐고 물어보셨나 보다.

이제 알았다.


밥 먹었냐는 말, 그 말은

나를 향한 꾹꾹 눌러 담은 응원과,
미처 다 못 했지만 알 것도 같은 예쁜 말들과,

따뜻한 감정들과 사랑을..
그리고 서로에게 건네는 위로라는 걸..

나도 앞으로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다정하게 물어볼 것이다. 밥 먹었냐고.


밥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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