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소중함
모든 계절엔 향기가 있다.
날씨가 너무 좋은 요즘,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아이의 등하교 시간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걸으면 모든 게 완벽하게 느껴진다.
같이 걷는 사람이 내 아이라서 좋고, 날씨도 눈부시고, 함께 꽃을 구경하며 걷는 등하굣길이 영원처럼 느껴진다.
바람에 꽃잎들이 첫눈처럼 흩날린다.
사랑하는 이에게 부디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으라며 인사하는 것처럼, 헤어지는 연인이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쓸쓸한 장면이다. 어느새 분홍분홍 하던 나무들은 푸릇푸릇한 옷들로 갈아입는 중이다.
아기 냄새를 맡는 것 마냥, 모든 공기에서 갓 틔운 어린 나뭇잎들의 냄새가 느껴졌다.
푸르고, 새롭고, 낯선.
아직 4월임에도 벌써 봄이 지나가는 것 같아 괜히 아쉽다.
아이는 봄에도 눈이 온다며 좋아했지만
나는 알 수 없는 쓸쓸한 마음이 든다.
올봄은 남편이 다리를 다쳤고
꽃들이 일찍 개화한 탓에,
그리고 갑자기 심해진 코로나 탓에
꽃구경을 가지 못했다.
벚꽃이 지는 게 아쉬운 이유는
아주 잠깐의 “찰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찰나”이기 때문에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매 계절 피어있는 꽃이라면 그 아름다움과 설렘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봄은 아름답고, 서운한 계절이다.
한낮에 창밖을 보고 있으면
벌써 여름의 처음이 보이는 것 같다.
얼마나 뜨겁고 습한 시간들이 될까.
봄의 끝을 바라보면서
봄의 처음을 또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