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음으로써 채우는 여정, 해외취업 도전기 - 3편

3. 해외 진출 후의 달라진 삶에 관하여

by Pao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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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외 진출 후의 달라진 삶에 관하여


2024년 5월 지구 반대편의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나의 해외 도전기는 그렇게 시작될 수 있었다. 수많은 관계자분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도착 후, 한 가지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너무 큰 기대는 실망이 되기도 실수를 낳기도 했었기에, ‘해외’ 자체에 너무 큰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작은 것들에 감사하자고 말이다. 어쩌면 유럽 자동차 제조의 중심지에서 경력을 다시 이어간다는 것만으로도, 옅어지던 일의 재미를 찾는 것만으로도 이 여정을 해야만 할 이유는 충분했으니까. 이 도전이 설사 결과로써의 실패로 끝나더라도, 한 톨의 후회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이런 목표 때문인지, 오늘에 감사하며 내일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체코에서 내게 다가올 미래가 무척이나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와 정반대의 관점에서 같은 일(해외 영업)을 한다는 것은 새로움 그 자체였다. 한국에서는 수출자였고, 나는 물건을 현지로 정확하게 계약된 조건 아래 전달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딱 그까지가 나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체코에서는 내가 수입자가 되었다. 계약된 조건 아래 한국에서 수입된 물건을 현지의 고객들에게 공급해야만 했다. 나는 수많은 진출 고객사들을 직접 방문하고 생산공정(라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서류상의 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제품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활용되는지 그리고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다시 알 수 있었다. 세계 속의 한국인들, 그리고 유럽 자동차 시장의 최전방에서 본인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이 어느새 나의 일상에 담겼다.


반쪽만 바라볼 때는 알 수 없었던 일상이고 세상이었다. 아주 작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나의 세상은 그렇게 반쪽에 다른 반쪽을 더해가는 것 같았다. 일의 즐거움은 이렇게 가까이에 있었나 보다. 그렇게 나는 왜 이 일을 원하고, 하는지를 다시 새길 수 있었다.


그리고 외국인들과 함께 일하며 살아가는 것 또한 새롭기만 하다. 누군가는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비슷하다고 했지만, 비슷하면서도 분명히 다른 세상이 이렇게 있었다. 한국과 다른 것들이 대체로는 일상에서 찾아오는 불편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과는 다른 언어, 문화, 정서 등이 자리하고 있다. 언어도 문화도 다른 외국인과 함께 일한다는 것이 어떻게 편할 수만 있을까?. 나는 이런 낯섦과 불편함을 새로움을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기에, 이런 노력 덕분인지 외국인 동료들과도 서로의 이해와 배려 속에서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함께’라는 우리의 일상 속에, 우리의 일이 있었다.


이런 오늘에 감사하며 내일을 기다리다 보니,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체코 및 폴란드 어투가 섞인 영어를 알아듣는데도 애를 참 먹었는데, 어느새 익숙해진 걸 보니 말이다. 이뿐인가 초보지만 체코어로 장을 보는 일상에서, 업무로 자주 가는 폴란드와 슬로바키아가 익숙해져 감도 더는 낯설지 않다. 나의 동료가 말했듯이, 한국에서의 시간을 잃었기에 나는 체코에서의 시간을 채울 수 있었다. 해외로의 도전 속에서 마주하는 이런 낯섦도, 즐거움도 모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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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 보다는 낯선 풍경과 순간이 가져다주는 작은 즐거움이 좋았다. 해외취업도 마찬가질 테다. 한국과는 다른 일상의 소소한 차이가 일상에서의 즐거움이 돼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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