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딸이 아닌 너 자신으로.
미리쓰는 편지
세연아.
너는
'아빠 딸'로 살아가지
않아도 돼.
세연아
늘 사랑해주는 너에게 늘 고맙지만,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 공부하고,
예뻐 보이려 하고,
인사도 잘 하고...
사실 아빠가 그런 걸 좋아해.
나쁜 건 아니니까.
하지만 너에게
그런 요구는 안 하고 싶어.
네 인생에서 아빠를 위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많아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무슨 말인지 아니?
한국에 계신 너희 할아버지 할머니도 사실 아빠에게 그런 걸 요구하지 않으셨어.
집안 형편이 안 좋아 중학교와 초등학교까지만 다니셨고 늘 모르는게 많다고 생각하시며 삶을 조심스럽게 사셨어.
아빠가 학교에서 뭔가 상장 비슷한 걸 받아온 날에는 오히려 어떻게 칭찬해 줄지
당황해 하시던 분들이었어.
그런 걸 받아온 날 보시며 신기해하셨지.
마치..
어떻게 이런 자식이 나한테서 나왔을까.
여느 부모님들처럼 뭐든지 잘 이끌어주고 사주시던 분들과 달라 그땐 아빠 혼자 의기소침하기도 했지만,
이젠 지금 그때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참 고마워진다.
늘 마음 그대로를 표현해준 분들이었어.
오늘 칭찬거리를 들고 달려오는 너에게
느꼈던 게 아마 예전 그 마음들이었지 않았을까.
시의적절한 칭찬이 너에게 도움이 될 거란 걸 알지만 아빠는 아직도 너의 모든 것이 신기하고 사랑스러워.
처음 네가 아빠품에 안겼을 때처럼.
혹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너'를 만들어가지 않으면 좋겠어.
칭찬과 사람들의 기대는 성장하게도 하지만 좌절도 경험하게 하거든.
아빠는
너의 모든 삶과 행동의 이유가
사랑이었으면 좋겠어.
사랑은 늘 순간순간 즐겁고 자유롭단다.
또 언제나 결과가 아름답지.
칭찬이나 인정은 비슷하지만 달라.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 다가오지만 어느 순간 많은 것을 요구해와.
아빠도 너에게 그렇게 대할때가 올까 조심하려해.
지금부터 더욱 너 자신이 되는 연습을 해보렴.
유니크한 걸작품이 되어봐.
모조품말고.
사람들의 기대를 채우는 데 쓰일 에너지라면,
우선 아껴둬.
'왕이 돼라. 인기인이 돼라. 성공해라...'
사람들의 요구는 피곤하단다.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을 때
너의 생각은 곧아지고
너의 표정은 아름다워지고
너의 동작은 더 간결해질 거야.
너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춤을 추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