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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물꼬기 Oct 17. 2023

뽕 따러 가세 ~

매년 봄이 오면 나는 설레기 시작한다. 뽕잎을 너무나 사랑하는 CRS가 내 곁에 있기 때문이었다.

3년 전 일이다. 물 생활(물고기 키우기)에 중독되어, 어항이 복리처럼 증식하고 있을 때, 나는 또 다른 고급 정보를 입수했다. 바로, 물고기보다 귀여운 애완용 새우가 요즘 인기라는. 나는 귀가 무척이나 얇은 사람이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도 많았다. 바로 그날 새우 전용 카페 (새사사, 새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가입하여 모조리 글을 읽기 시작했다. 결국 아름다움의 극강, 이름도 찬란한 크리스탈 레드 슈림프 (Cristal Red Shrimp, CRS)의 자태를 보고 한눈에 반했고, 어렵게 입양을 하게 되었다. 


CRS는 극도로 아름다웠지만, 그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식이 필요했다. 그게 바로 뽕잎이었다. 뽕잎에는 24종의 아미노산, 철분, 칼슘, 미네랄 등이 풍부하여 사람에게도 좋은 걸로 알려져 있다. CRS는 매우 입이 고급이라, 매년 봄에 갓 피어난 무농약 뽕잎이 필요했다. 마침, 전북 완주에 사시는 아버지 집 뒷산에 뽕나무가 많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고, 그 주말 바로 가족과 함께 오랜만에 시골집으로 출발했다.

4시간 넘게 운전을 하면서도 룰루랄라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4월의 완주 시골집 풍경은 정말 봄이었다. 도착하니 부모님께서는 밭에서 일하시다가 버선발로 마중을 나오셨다. “우리 강아지들 왔어, 고생했어, 어서 밥 먹자 배고프지”. 어머니가 해주시는 청국장과 흰밥은 정말 맛있었다. 두 그릇을 뚝딱하고 본연의 임무를 수행을 위해 산행 준비를 했다. 


뽕 따러 가세 ~


가족 대 출동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이들 그리고 와이프와 나, 목장갑을 끼고, 낫, 뽕잎을 담을 비닐을 들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는 목장갑이 너무 크다고 울상이었고, 큰 아이는 시골이 좋은지 연신 뛰고 난리도 아니었다.

뒷산은 시골집에서 10분 정도 올라가면 보이는 산이었다. 가는 길옆에는 이름 모를 풀꽃들이 산바람을 타고 흩날렸다. 아이들은 신나서 앞에 가고 아버지랑 나는 그런 아이들을 뒤에서 지켜봤다. 어머니와 와이프는 천천히 뒤에서 걸어오셨다. 4월의 시골 뒷산은 봄기운이 완연했다. 노란 햇살 너머로 하늘과 구름이 산 중턱에 걸려있고 흙냄새와 나무 향기가 미풍을 타고 볼에 스쳤다. 10분 정도 올라가니 뒷산이 보였다. 이마에 약간 땀이 났다. 산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차가운 이끼 냄새 같은 숲 공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한 15분 정도 올라갔을까? 경사가 점점 가팔라졌고, 바닥은 이끼가 낀 돌과 썩은 나무들이 많아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아이들은 도대체 뽕나무가 어디 있냐고? 힘들어 죽겠다고 난리였다. 5분 정도 더 올라가니 드디어, 저기 멀리 연녹색의 뽕나무 잎이 보였다. 


뽕나무 잎은 완두 콩이나 몬스테라 새순처럼 연하디연한 녹색이었다. 자연은 어찌 이런 여린 색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뽕나무 잎은 조금 높은 곳에 있어서 2인 1조가 되어 작업했다.나랑 아버지가 나뭇가지를 잡고 내리면 아이들, 와이프와 어머니가 장갑 낀 손으로 훌트며 잎을 땄다. 먹을 만큼만 잎을 따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산을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 CRS가 생각나 입가에 웃음이 자꾸 번졌다.

다음날 아침, 집에 돌아오자마자 CRS에게 달려갔다. 하루 동안 무탈했는지 궁금했고, 선물을 빨리 주고 싶었다. 짐도 대충 던져놓고, 바로  따뜻한 물로 데친 후 다시 차가운 물로 행군 후 뽕잎을 주었다. CRS는 우아하고 도도하게 천천히 다가왔다. “파파 그래, 봄 내음이 좀 나는군, 내가 잠시 그럼 먹어주지” 하며 먹기 시작했다. 새하얀 얼굴과 붉은 양손을 빠르게 움직이며, 연녹색 뽕잎을 먹는 모습을 난 한참 동안 바라봤다.


벌써 3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살랑거리던 산바람,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걷던 숲길, 아이들의 웃음소리, 손보다 훨씬 큰 목장갑을 낀 딸아이의 손이 아직도 생각난다.  이 모든 게 이름도 우아한 ‘크리스탈 레드 슈림프 CRS’, 그대들이 만들어 준 ‘선물’ 아니던가? 나의 추억을 살뜰하게 챙기는 그대들을 위해 나는 내년 봄을 또 기다린다. 뽕 따러 가세 ~


뽕잎을 사랑하는 CRS 그대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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