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파물꼬기 Dec 24. 2023

어항 속에도 메리 크리스마스 !

녹색 눈사람과 모스트리

매년 크리스마스가 때가 되면 산타 할아버지 선물을 기다리는 딸아이와 물고기들이 있다. 딸아이와 나는 물고기 친구들을 위해, 어항 속 크리스마스 트리와 눈사람을 만들었다.


벌써 3년이나 지난일지만 그때 만들었던 크리스마스트리와 눈사람이 생각난다. 지금은 용궁으로 사라진 녹색 눈사람과 모스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용왕님과 잘 살고 있겠지...


물속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든다고? 물고기의 건강에도 문제가 없고, 계속 자라며 커가는 살아있는 트리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준비한 재료가 바로  ‘모스(MOSS)’ 였다. 모스는 이끼류에 속하며 우주 공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어마 무시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니, 척박한 어항 속 환경에서 잘 살 수 있으라 생각했다.   


그리고 트리의 중심인 나무 기둥은 '초야우드' 를 선택했다. 초야우드는 선인장의 유목으로 많은 칼슘과 미네랄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물고기 친구들의 건강에 좋다고 했다.  초야우드를 어항 속에 넣으면,  물고기들이 초야우드에게 키스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것은 밥을 먹는 행동이었다. 내가 비타민을 아침마다 챙겨 먹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제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끝냈다. 나와 딸아이는 경건한 마음으로 준비물 앞에 앉았다. 그리고  수술 집도를 시작했다.

 

어항 속 크리스마스 트리 만드는 과정


딸아이는 나에게 가위를 건넸다. 나는 삼각 모스와 물미역 모스를 가위로 잘랐다. 조금은 잔인했지만 괜찮다. 모스는 불사신이다. 이렇게 잘라야 더 예쁘고 풍성하게 자란다. 아픔만큼 성숙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열심히 가위질을 했다. 모든 지시는 딸아이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나는 그저 기계다.  


딸아이는 ' 조금 더 빨리 잘라야지! 어서 어서! '  '어 그래 ~ 아빠 힘든데 ~ 조금 쉬면 안 되니? ' 팔이 아프다고 해도, 눈 하나 끔쩍하지 않았다. 오직 크리스마스트리를 완성하겠다는 의지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드디어,  모스 준비가 끝났다. 이렇게 잘린 모스를 삼각형 플라스틱에 순간접착제로 고정시켰다.  골고루 잘 펴서 빈 공간이 없도록 조각난 모스를 얇게 펴서 붙였다.  '아 ! 물생활은 노동 그 자체이구나'  한눈을 팔면,  '어서 아빠 뭐해'라고 딸아이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모스를 다 붙이고, 마지막으로, 딸아이의 최애 아이템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오너먼트)을 맨 상단에 붙였다.  50분 넘게 '덜덜덜' 떨며 어렵게 완성했다.


다음 단계로 나무 기둥을 만들었다.  나무 기둥은 초야 우드와 흡착 고무를 활용했다. 나무 기둥 속에 흡착 고무를 넣어 트리가 흔들리지 않게 고정시켰다. 이렇게 어항 속 모스 크리스마스가 완성되었다. 제법 이뻤다.


이제 녹색 눈사람을 만들어보자


이제 트리 옆에 놓을 눈사람 친구를 만들 차례다. 눈사람은 너무 쉽다. 모습 볼 2개와 앙상한 나뭇가지, 순간접착제, 가위만 있으면 된다.  얼굴 쪽 모스볼은 작게 만들고 몸통은 크게 준비했다.  가장 먼저 얼굴과 몸통 모스볼을 순간접착제로 살며시 붙인다. 벌써 완성되었다. 참 쉽다. 이제  나뭇가지로 손을 만들어 붙이고, 눈, 코, 입을 붙인다. 세심하고 침착하게 붙여야 한다. 수전증이 있으면 곤란하다.  

드디어 완성되었다. 겨울 왕국의 울라프가 생각난다. 울라프는 순백색이지만 이 친구는 녹색 눈사람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녹색 눈사람 :)



크리스마스 날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다


드디어 크리스마스 날이다. 어항 속에는 녹색 눈사람과 딸아이(오른쪽 카카오 친구 Muzi) 가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다. 갑자기 나도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려 ~하며 하스타투스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올해는 산타 할아버지가 어떤 선물을 주실까? 올해는 착한 일 많이 못 했는데 어쩌지... 중학교 올라가면 이제 선물 안 주실까?  걱정이 유독 많은 딸아이는 올해도 선물을 받을 수 있을지 노심초사다.

(걱정 마 아빠가 책 선물 줄게 ㅎ,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영상으로도 만나요 ~


영상 제작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아무나 유튜브하는 게 아니네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어요. 이제는 힘들어서 못 만드네요. T.T 영상을 보니 행복했던 추억이 떠올라 좋네요.


https://youtu.be/CNEQ3IhKXOg?si=L9PCKZ5cDFBFkB0f

이전 07화 그놈 수염은 미라클모닝 기지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