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절', '도대체'
저는 동생들과 남매 단톡방이 있습니다. 오늘 그곳에 둘째가 사진 하나를 가지고 왔지요.
유퀴즈 문해력 편에 나왔던 퀴즈라며 한 번씩 해보라는 겁니다.
분명 많이 본 단어들이죠. 그런데 정확한 뜻을 쓰라고 하니 3초 정도 멈칫, 하게 됩니다.
5월에 군대를 갓 제대한 가장 젊은 피인 막내가 용감히 먼저 도전했습니다!
몸은 성인이지만 마음은 중학생인 우리 막내, 몇 개 틀린 문항이 있지만 이 정도는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다음은 뒤늦게 참여한 제 차례였죠.
사실 저는 제가 다 맞을 줄 알았어요. 정확히는 아니어더라도 뜻은 모두 통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첫 번째 문항부터 틀렸다는 겁니다.
(그 와중에 '샌님'은 생원님의 줄임말로 고루한 사람의 놀림말인데 동생들이 특별히 첫째의 권한으로 맞다고 처리해 줬습니다. 고맙습니다, 동생들.)
'대관절'. 저는 이 단어를 문장으로만 기억하고 있기는 해요.
보통 드라마나 소설에서 어떤 사람이 급하게 상대에게 말하곤 하죠.
"대관절 그게 무슨 소리야! 제대로 말해봐!"
다급한 상황이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았기에 저는 대관절이 '갑자기'와 비슷한 뜻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동생이 말하기를 대관절은
여러 말할 것 없이 요점만 말하건대
라는 뜻이라더군요.
둘째도 처음 안 사실에 "그럼 도대체도 요점만 말하라는 뜻이야?ㅋㅋㅋㅋ냐고 검색했는데 진짜네..."라며 스스로의 국어실력에 통탄했어요.
참고로 도대체는
다른 말은 그만두고 요점만 말하자면
입니다. 두 단어는 서로 유의어이죠.
"도대체 뭔 소리야... 뭔 소리인지 요점만 말해..."
이런 표현이 어쩌다 나오게 되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는 순간입니다.
대관절은 몰라도 도대체는 꽤 자주 쓴다고 생각했는데, 그 단어의 뜻도 모르고 단어만 사용한다면 우리가 앵무새와 다를 게 무엇일까요. 또 이렇게 제대로 된 뜻을 모르고 관성적으로 쓰는 단어가 얼마나 많을지요.
한편으로는 우리 선조들도 예부터 빨리빨리의 민족이구나 싶더랍디다.
이렇게나 요점만 말하라고 사람을 들들 볶아대다니. 기승전결을 찾지 않고 머리 떼고 다리 떼고 몸통만 찾는 모습이 요약본만 찾는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재미있었어요.
여러분도 문제를 풀어보셨나요? 어떤가요? 여러분이 세상을 바라보는 해상도는 얼마나 풍부해졌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