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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아빠 Jul 19. 2024

삼고초려면 제갈량도 모셔올만 하건만, 일단 브런치 삼수

답장 메일이 오자 심장은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대학을 갈 때에도, 공무원 임용 시험을 볼 때에도, 아내의 임신 여부를 기다릴 때도 인생에선 항상 도전과 결과의 순간들을 반복한다. 하지만 아무리 겪어도 결과를 기다리는 그 순간은 무덤덤해지지 않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클릭했는데 ‘이번에는 모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며 탈락을 알려왔다.


머리끝까지 차올랐던 흥분감이 폭포 떨어지듯 발끝까지 빠르게 ‘철퍼덕’ 떨어지며 힘이 죽 빠졌다. ‘그렇구나’하며 덤덤한 척했다. 하루 동안은 글도 쓰지 않고 그냥 빈둥빈둥 지냈다. ‘내가 뭐 흥 뭐, 직업이 없나 돈이 없나? 아 돈은 좀 없는데.. 아니 뭐 내가 그렇다고 글을 꼭 써야 먹고 사는 사람도 아니고’ 혼자 갈팡질팡 생각을 하다가 문득, 근데 어차피 내가 합법적으로 돈을 더 벌 방법은 글쓰기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보고 있다고 생각을 해야 글쓰기 동기 유지도 되고 글쓰기 실력도 확연히 늘거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혼자 쓰는 글쓰기는 지금까지도 많이 해왔으니까. 괜히 혼자 글쓰기를 거부하다가 결국 다시 맥북 앞으로 끌려가듯 앉았다.



‘아니 나는 글 잘쓰는 사람이 맞는데, 이번엔 뭔가 내가 좀 성의가 없었지’ 작가 소개란과 작품 계획서를 다시 살펴보니 좀 어설픈 부분들이 보였다. 좀 더 가독성 있게 구성을 바꾸고 단어들도 괜히 조금 더 고급져 보이는 어휘들을 선택했다. 써 온 글들도 처음부터 수십 번 읽어보며 조금씩 수정을 해 나갔다. 그렇게 며칠 뒤, 아무리봐도 이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 보였다. 지체하지 않고 과감하게 다시 메일을 보냈다. 그 때는 하필이면 주말을 앞둔 금요일날 발송을 했다.


주말에 답장이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일단 보냈으니 주말 내내 초조하게 메일을 기다렸다. 화장실 급한 사람처럼,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계속 불안하게 내 동공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 상황을 말해주지 않아 내 마음을 알리 없는 아내가 다가와서 말했다. “용돈 다 떨어졌다고 말하는건 아니겠지?” “아니 그게 아니고..아니 별 거 아니예요”하고 돌아서다가 아내에게 그냥 브런치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아내는 용돈 다 쓴 게 아니라서 굉장히 다행이라는 듯 만족한 표정으로 어깨를 툭툭 치며 잘 될거라며 덤덤하게 말해주었다.

 



그렇게 월요일이 지나고 화요일이 되자 드디어 기다리던 답메일이 왔다. 그런데 지난번과 메일 제목이 같았다. ‘브런치 작가 신청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뭔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싸늘한 감정을 애써 모른 채하며 메일을 열람했다. 슬픈 예감은 왜 언제나 틀린적이 없는지 브런치팀은 이번에도 나를 모실 수 없다며 죄송함을 밝혀왔다. 이번에는 약간의 짜증이 몰려왔다. 이틀동안 큰 틀에는 변화가 없이 미세하게 여기저기를 수정한 뒤에 다시 메일을 보냈다. 며칠 뒤, 같은 제목의 답메일이 와있었다. 메일 내용을 확인하고는 브런치 작가 되기를 덤덤하게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역시 아직은 내 글쓰기 경험이 턱 없이 부족한가보다’





한동안 브런치 작가가 된다는 꿈에 부풀어, 미래의 에너지와 기대까지 미리 다 당겨서 쓴 느낌이었다. 한동안은 수분이 다 빠져 비틀어져가는 오이처럼 그냥 홀쭉하게 살았다. 삼고초려면 제갈량도 모셔올만 하건만.. 그렇게 브런치에서 작가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나는 브런치를, 아니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한 관문에서 홀연히 떠났다. 그리고 브런치는 완전히 잊고 살았다. 그렇게 글쓰기 플랫폼을 잃자 이미 그리 크지도 않던 동기까지 사라져서 그냥 일기장에 일기 및 글쓰기를 하며 지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글쓰기 도전은 마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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