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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레인저 Jan 24. 2024

나도 정자왕

출처 : KBS2 채널 살림남 프로그램 중 일부

‘살림남2, 격투기 선수 김동현 신흥 정자왕(?) 등극’

        

       TV에서 남자 연예인들이 비뇨기과에 방문해 정자를 확인하는 걸 보았다. 김동현 선수는 정자 1cc 기준 2억 2천900만 마리라며 위풍당당해했다.(who 기준 정액 1cc 당 1천5백만 마리가 정상이라 한다.)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커플들이 결혼을 할 때 건강 검진 후 서로의 건강함(?)이 확인되었을 때 성사 된다고도 한다. 결혼을 했는데 뒤늦게 발견한 질병으로 인해 힘겨워질 수도 있음을 막기 위함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오랜 연애 후 결혼 날짜를 잡았는데 아픈 것을 알았다면 어쩌지? 아무튼 K(아내)와 4년간 연애하며 감기 외 아픈 것 없이 연애하다 결혼을 했다. 그리고 신혼 기간을 보내며 자연스레 아기 계획을 서로 나눴다. 당시 아무 생각 없이 아들딸 구별 말고 2명, 3명, 4명을 이야기하다 끝없이 올라가는 아이 수로 괜히 부끄러워했던 적도 있었다. 주변에 아기 계획을 묻다 보면 임신이 되지 않아 걱정인 경우도 꽤 많았다. 그러다 친구에게 추천받은 곳이 비뇨기과였다. 지금까지 살면서 비뇨기과에는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지만 나의 정자는 안녕할까 궁금했다.  그리고 검색창에 비뇨기과를 검색했다. 다양한 광고와 함께 직장 주변 병원에 여러 개 떴다. 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비뇨기과가 있었고 그중 한 곳을 골라 방문했다.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비뇨기과와 생활 속에서 가장 가깝게 해야 할 병원이지만 처음이 참 어렵다. 비뇨기과는 다른 병원과 다를 것이 없었다. 연령은 굉장히 다양했고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진료 전 간호사분께서 어떤 일로 오셨냐는 물음에 나도 모르게 소리가 작아졌다.


“정… 정자 검사요”


  간호사분이 아무렇지 않게 차트에 메모 후 의약품이 쌓인 공간에서 작은 통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남자 간호사분이 나에게 따라오라며 손짓을 했고 병원에서 가장 안쪽 작은 방을 안내해 주었다. 남자 간호사분은 무덤덤하게 정자 채취 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컴퓨터 직박구리 폴더에…”

“폴더 안에 또 다른 폴더가 있는데요…”


  직박구리라뇨. 폴더에 폴더라뇨. 마치 개그 프로의 재미없는 드립 같은 말들을 진지하게 하시면서 문을 닫아주셨다. 무인 자동차, 드론 택시, AI로봇도 개발되는 시대에 정자 채취 방법이 이 방법뿐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채취 완료. 잠깐 대기 후 의사 선생님과 면담이 진행되었다. 나도 모르게 정자 검사를 하는 이유를 주절주절 말했다. 의사 선생님은 호탕하게 웃으시며 채취된 정자를 보여주셨다. 개울가에 가득한 올챙이를 보는 듯했다. ‘당신은 정자왕입니다!’라고 말씀해주시진 않았지만 활동성과 정자양에 대한 이야기를 꼼꼼히 해주셨다. 모두 정상이란 말을 듣고 크게 안심했다. 이어 남자들이 비뇨기과에 자주 와서 주기적으로 염증, 활동성, 정자양 등 관리가 필요하다 말씀하셨다. 비뇨기과에 문제가 생겨서 왔을 때는 오히려 늦는다며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건강한 정자를 만들기 위해 스트레스 관리, 술담배 줄이기, 규칙적인 식습관, 충분한 수면, 다리 꼬지 않기, 엉뜨 금지(시원하게 하기)등 다양한 방법을 이야기해 주셨다. 기나긴 면담 후 진찰 결과 양호라고 적힌 결과지를 품에 안고 집으로 향했다. (*2016년에 가정에서도 편리하게 정자 수를 확인할 수 있는 키트가 출시되었다. 채취된 정자를 키트에 넣으면 스마트폰으로 수 확인이 가능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난임 부부는 2018년 기준 약 11만 명에서 2022년 약 14만 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남성 난임 비중도 30~50%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책이 여성 난임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남성들은 치료받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또 하나 힘든 점은 비뇨기과에 첫 발을 딛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TV속 정자왕 김동현의 소식은 반갑기만 하다. 누군가는 TV 속 연예인 정자수까지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비뇨기과에 가면 이런 것도 알 수 있네'라는 정보 전달 차원에서는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 나 같은 사람은 TV를 보고 가볼까라는 생각을 하니까 말이다. 2023년 합계 출산율 0.7명이라는 충격적인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수많은 부부들은 다양한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지 못하거나, 낳을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부부 당사자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란 것이다. 정말 감사하게도 우리 가족에게 2020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아기 천사가 선물처럼 찾아왔다. 임신 테스트기를 보고 믿기지 않아 2,3번을 확인했다. 정확하게 두줄, 임신이었다. 


  정말 가끔 아주 가끔은 내가 비뇨기과에서 만난 모든 정자들이(?) 어떤 아이가 될까 상상해 본다. 아마 제각각 성격과 생김새를 갖고 태어나겠지? 그리고 아기 갖기를 소망하는 모든 부부들에게 빨리 아기 천사가 찾아오길 소망해 본다. 이 좋은 육아(?) 나만 할 수 없잖아?


출처 : 아빠 앨범(아빠 된 그날)
출처 : 아빠 앨범(축하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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