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개구리 04화

개구리

녹색 환경혁명당.

by 샤프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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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단의 공장 앞에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모두 건물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데 건물 옥상에 위태하게 서 있는 여자가 보인다. 옥상에서 무언가를 설치하는 여자는 다 되었는지 나일론 끈을 풀러 내자 현수막이 내려지고 현수막에 쓰여있는 문구.


‘플라스틱 생산을 당장 중단하라!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녹색 환경혁명당-’


여자가 외친다.


“00 플라스틱은 당장 플라스틱 생산을 중단하라!”


건물 옥상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는 여자.


“성함이? 이 로미 씨…? 소속이…? 녹색 환경혁명당? 정당이에요?”


“아니요. 저희는 환경단체예요. 정치와는 무관합니다!”


옥상에서 현수막을 내린 여자가 눈을 감고 절도 있게 앉아 독립운동가 같은 비장한 표정으로

경찰서 안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현수막을 보는 경찰이 한숨을 쉰다.


“아니! 남의 회사 옥상에서 그러시면 어떡해요? 이거 불법침입에 업무방해예요!”


“…”


“그리고 이거 뭐야?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아가씨가 유한킴벌리야? 휴지 만들어요?”


“묵비권을 행사합니다!”


“아씨! 그리고 뭐?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말자면서 왜 현수막은 나일론 끈으로 묶어요? 그것도 다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거야!”


“…”


“아무튼 공장 사장님하고 건물주가 한번 용서해 준다고 했으니까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요!

여기. 지장 찍고 사인하고 가요.”


“그럼 저는 훈방인가요?”


“훈방인데 벌금은 나올 거예요. 다음부터는 이러지 마세요.”


“벌금!! 얼마 나요?”


울상인 얼굴을 하는 로미를 조사를 하던 경찰은 한심하다는 듯 쳐다본다.


NGO인 녹색 환경 혁명당의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로미는 지방의 4년제를 나온 평범한 학생이었다.

원래 로미는 환경운동가라는 장대한 목표보다는 대기업이나 일반 회사에 취업해 친구들같이 사회생활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스펙 없는 지방대 출신의 여대생에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여러 유수의 회사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도 보았지만 계속 낙방만 하였다.


좌절하던 시기 어느 날 오랜만에 같이 취업 준비를 하던 대학 친구 미영의 연락을 받고 술자리에 나간 로미는 미영에게 명함 한 장을 받게 되었다.


원래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미영은 자신은 지금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로미는 자신의 초라함과 좌절감이 들어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미영이 꿈을 위해 이런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느 정도 술이 들어가자 미영은 로미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주도의 상괭이 살리기, 대기오염, 지구온난화 등 우리 같은 젊은 사람들이 환경운동에 앞장을 서야 한다고 했다.


취기가 올라온 로미도 점점 미영의 얘기에 설득이 되어 가고 있었다.


결국 취기가 끝까지 오른 로미는 결국 그 자리에서 녹색 환경혁명당에 가입하게 되었고 지금은 녹색 환경 혁명당 환경운동가가 되어 홀로 기업체에 찾아가 환경과 자연을 살리라는 성토와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어떤 날 운명처럼 아름다운 이응도의 사진을 보았다. ‘저런 곳에서 살고 싶다’ 생각한 로미는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지금처럼 기업에 가서 직접 항의하는 것도 좋지만 별 효과도 없고, 잘못하면 지난번처럼 벌금을 물 수도 있다. 오히려 지역이나 지방은 아직 환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섬이면 더 오지 아닌가? 결심했다.

‘내가 저곳에 가서 주민들에게 나를 설득한 미영처럼 환경과 자연의 중요성을 알리겠노라!’

그리고 ‘미리 환경오염을 방지하겠노라!’ 결의의 찬 로미는 바로 이응도 행을 결정한다.


‘이제 곧 이응도에 도착하겠습니다. 승객 여러분은 접안이 끝난 후 승원들의 안내에 따라 안전하게 하선해 주십시오.’


이응도의 도착 안내를 들은 로미는 천천히 짐을 챙기고 하선을 준비한다.


‘오늘은 무조건 가장 친환경적인 로컬음식을 먹겠어!’ 섬에 도착 전부터 다짐한 로미는 핸드폰의 지도 어플을 켠다.


배에서 내리며 지도 어플에서 근처 식당을 검색한 로미는 도보 이동으로 설정하고 깜빡이는 커서를 따라 이동한다.


그런데 ‘쿵’ 핸드폰만 보던 로미는 앞사람과 충돌을 하고 만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워낙 독보적인 길치에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것을 하지 못하는 로미는 상대를 보지도 않고 사과 인사만 하고 핸드폰만 보며 지나간다. 그리곤 다시 여객 터미널 매표소의 기능을 하는 컨테이너의 문에 ‘쿵’ 머리를 부딪힌다. 잠시 아파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핸드폰만 보며 자신의 길을 가는 로미는 그래도 요리조리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로컬 식당을 찾아 선착장을 빠져나간다.


“이쪽이 맞는데?”


길을 가던 로미는 있어야 할 식당이 보이지 않아 고개를 들어 주위를 바라본다. 때마침 지나가는 두 명의 청년이 보이는데 동진과 기훈이다.


“저기요?”


동진과 기훈을 부르는 로미.


“예?”


“저희요?”


“네. 혹시 여기가 어딘지 아세요? 지도에는 여기라고 나오는데 보이지 않아요”


핸드폰의 지도를 동진과 기훈에게 보여주는

로미.


“여기! 저쪽 안쪽으로 이사 갔어요.”


“그럼 어떻게 가야 해요?”


“저기 골목으로 들어가셔서 왼쪽을 보시면 보일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기훈이 친절하게 안내해주자 로미는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 하는데 동진에게서 친근한 기운이 풍긴다. 동진을 잠시 쳐다보던 로미는 다시 가던 길을 간다.


로미가 지나가자 기훈이 설레발을 친다.


“봤어? 나 쳐다보는 거?”


“그래”


“얘가 뭘 이렇게 성의 없이…육지 여자인가 봐? 와 이쁘다!”


“이쁘긴 난 저런 스타일 별로야.”


“저분도 네가 별로일걸?”


‘딱’ 기훈의 뒤통수를 때리는 동진. 그렇게 그들의 서로 잡는 장난이 다시 시작되고 동진이 도망가자 잡으려는 기훈이지만 항상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아~ 어렵게 찾아왔는데! 왜 하필 오늘….”


‘주인장의 사정으로 금일 휴업’이라는 종이가 붙어 있는 식당 앞에서 절규하는 로미다.


휴대폰 검색을 해봐도 별다른 식당이 나오지 않고 지나가는 노인이 보이자 정중하게 묻는다.


“저 어르신. 여기 친환경적이며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파는 이곳의 정통 로컬 음식집이 있을까요?”


“정통, 로…뭐?”


“로컬이요! 여기 현지 음식이요.”


“글쎄 여기 문 닫았으면 없을 거 같은데 아님, 저기 옆에 중국집은 어떠신가? 거기 맛 좋아!”


“저는 현지 음식이 먹고 싶어요. 자연을 헤치지 않은 그런 친환경적인…그래서 여기로 찾아온 건데…요”


시무룩해 있는 로미를 손주 보듯이 귀엽게 바라보던 노인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그럼 내가 아직 점심 전인데 지금 집에 가서 먹으려고 하네만, 아가씨도 생각 있으면 같이 가셔도 되고.”


“점심 초대! 에요? 엄마가 웬만하면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 했는데…”


모르는 사람을 따라나선다는 게 마음에 걸려 혹시 ‘이상한 노인이면 어쩌지?’ 여러 생각과 고민이 든다.


“그럼 마시던가!”


“저…그런데 혹시 어르신 집에서 하시는 음식도 여기 현지에서 난 음식인가요?”


“저기 중국집도 다 여기서 나는 걸 잡은 걸로

하는 거네! 따라나서시겠나? 말겠나?”


“로컬이라면 좋아요!”


고민도 잠시…. 노인을 따라 집으로 향하던 로미. 길을 같이 가던 중 마을 사람들이 노인을 발견하자 모두 공손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본다.


“촌장님 점심 하셨어요?”


“이제 하려고 집에 가고 있네. 자네들은?”


“저도 지금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럼 들어가세요. 촌장님.”


“살펴 가시게나 들.”


촌장이라는 얘기를 듣자 깜짝 놀라는 로미는 내가 마을의 높으신 고위층? 어르신을 바로 전에 이상한 노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앞으로는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시 한번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은 세상이 험하니까’ 그래도 의심은 필요하다.


“아가씨도 내가 이상한 노인이라 생각했지?”


“네? 네.”


“하긴 처음 보는 사람 따라가는 사람도 이상한 게지.”


“네?”


‘이건 뭐지?’ 이 설득력 있는 논리에 왠지 모르게 한 방 먹은 느낌을 받는다.


“일단 거기 마루에 잠시 앉아 있게나.”


집에 도착한 촌장은 로미에게 잠시 앉아 있을 것을 얘기하고 점심을 직접 준비하기 시작한다.

삽시간에 된장찌개와 나물 반찬, 생선구이들 금세 점심을 준비한 촌장.


“우와~ 벌써 이렇게 준비하셨어요?”


“육지서 섬까지 오느라 시장할 텐데 어서 들게나.”


음식을 먹을 때마다 ’와’ 로미의 감탄사만 들릴 뿐이다. 음식을 다 먹은 후 상을 치우는 촌장이 한마디 한다.


“커피 괜찮나?”


“네?”


“디저트. 커피 괜찮아?”


“네, 좋아요.”


상을 치운 이장이 마루에 맷돌을 가지고 와 커피 원두를 그라인드하고 핸드드립 장비를 꺼내어

손수 커피를 내려준다.


이 장비가 다 어디서 나왔는지 신기한 모습으로 촌장의 바리스팅을 멍하니 바라보는 로미. 촌장의 커피가 완성되고 둘은 마루에 걸터앉아 그림 같은 경치를 보며 커피를 마신다.


“그래, 이 섬에는 어쩐 일로 왔나?”


“예! 제가 사실 환경운동가거든요. 그런데 우연히 이 섬 사진을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곳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직접 와서 보니 더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이곳에 정착하고 싶어서 이렇게 미리 한번 와 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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