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개구리 02화

개구리

이응도

by 샤프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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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ㅇ’의 모양같이 생겨 이름이 붙여진 이응도는 동해의 외딴섬이다.


태풍이나 장마기에 유독 개구리가 많이 보이기도 하고 개구리울음 같은 소리가 많이 들린다고 하여 사람들에게 흔히 ‘개구리 섬’이라 불리는 이곳은 화산의 분화로 만들어진 작은 화산섬이다.


면적은 6.18㎢로 제주도의 우도와 비슷한 규모이고 주민의 수는 300여 명 정도이다.

섬의 우측 편에는 배가 드나들 수 있는 항구와

작은 마을이 있다. 어찌 보면 번화가라 표현할 수 있는 이곳에 주민 대부분이 살고 있다.


섬의 위쪽은 산으로 이뤄져 있고 가장 높은 곳, 정상에는 분지가 있다.


정상으로 이어진 산으로 가려면 숲 속 등산로를 이용해야 한다. 녹음이 있는 신들의 정원 같은 그 등산로 숲 속에 외로이 있는 작은 오두막 하나,

그곳에 이 섬의 주민인 동진(冬 겨울 동 進 나아갈 진)이 홀로 살고 있다. 마을에 촌장인 동진의 할아버지는 동진이 항구 옆 마을에 함께 살기를 바랐으나 동진은 왠지 유동 인구가 많고 사람과 배가 드나들어 복잡한 곳보다는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같이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며 함께 살던 한적한 이곳에 혼자 살고 싶어

할아버지를 설득해 오두막에 살고 있다.


이른 아침. 동진의 오두막, 아날로그 알람시계의 종이 시끄럽게 울리고 있다.

알람시계를 멈추는 손. 침대에서 눈을 뜬 동진은 피곤한 듯 하품을 하고 기재개를 한번 켜고는 침대에서 일어난다.


샤워를 마치고 샤워가운을 걸치고 나오는 동진은 콧노래를 부르며 아침 식사 준비를 시작한다.

오두막의 가구와 주방용품들 모든 손잡이의 문양이 파리나 벌레들의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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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은 토스트를 굽고 잼을 바르며 샐러드도 준비한다. 식탁에 거하게 아침 식사를 준비한 동진은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식사를 시작하려 하는데 어디서 들어왔는지 파리 한 마리가 날아다니며 동진의 아침 식사를 방해한다.


파리를 지긋이 바라보는 동진.


순간 얼굴이 개구리로 변하며 카멜레온 같은 긴 혀가 나와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파리를 집어삼킨다.


“웁스!”


이곳 섬사람들에게는 모두가 공용되는

비밀이 한 가지 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산책하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숲길을 따라가며 꽃마다 향기를 맡으며 콧노래를 부르면서 느긋하게 항구로 향하는 동진.

마을 입구에 도착하자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과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의 나무로 만든 장승인 목장승이 보인다. 장승을 어루만지는 동진.


“아버지, 어머니! 오늘도 열심히 일할게요!”


마을의 항구에 도착하자 이 마을 유일의 동갑내기이며 어릴 때부터 동진의 베스트프렌드인

기훈이 항구 옆 어선들의 정박지에서 구멍 난

통발을 정리하고 있다. 동진을 발견한 기훈은

하던 일을 멈추고 쓰고 있는 스냅백을 만지며

속옷이 다 보이는 힙합바지처럼 입은 어부 복을 추켜올리며 어기적거리며 다가온다. 동진과 기훈은 서로 마주 서고 스웨그 넘치는 손 인사를 한다.


하루 만에 보는 것인데 너무 반가운 것일까?


인사는 점점 거칠어지며 서로 때리고 잡는 장난으로 발전한다. 이미 술래잡기가 되어 버린 장난은 서로에게 통발을 던지고, 동진은 투망 그물로 기훈을 잡는 지경까지 이른다. 그물에 잡힌 기훈은 그물코를 정리하는 칼로 그물을 자르고 동진을 잡으려 뛰쳐 다닌다.


둘은 이미 정리를 마쳐놓은 어구들을 다 망쳐놓고 있다.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의 상황이 되었는데도 재밌다는 듯 잘려버린 그물을 던지며 서로를 잡으려 하는 철없는 짓거리에 여념이 없다.


바다로 나가기 위해 어구를 가지러 온 마을의

이장이자 기훈의 아버지 봉식은 다 망가져 버린 어구들을 보고 망연자실한다.


“그만해! 이놈들아!”


봉식의 말을 듣지 못한 기훈은 아직도 술래잡기에 여념이 없이 큰소리로 웃으며 동진을 잡으러 정박지를 뛰어다닌다.


“야!, 황 기훈!”


이제야 화가 잔 듯 난 아버지를 발견한 기훈은

기겁한다. 너무 놀란 나머지 딸꾹질을 시작하고 얼굴이 바뀌려 하는데….


“안돼!”


외침과 함께 마을에 가장 어른이자 동진의

할아버지인 섬의 촌장과 마을 내부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이 총무가 정박지에 등장한다.


“이 녀석들아, 장난도 좋지만 절대 우리의 모습을 육지 사람들에게 보여선 안 돼!”


“이놈들은 나이를 먹어도 철이 들지 않으니 이놈들 이리 와 멍석을 말아서 몽둥이로 그냥!”


“허허허. 황 이장, 아직 애들이잖소 그냥 잘 타이르세요.”


“네, 촌장님. 너희 이놈들 이거 다시 원상태로

고쳐놔!”


눈치 빠른 동진과 기훈은 이미 대역 죄인의 모드로 머리를 숙이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네”


“너희는 이장님 지시대로 어구를 고치거라, 참. 이 총무? 청년회장은 마을회관에 있다고

했나?”


“네. 촌장님”


“황 이장. 고생하시고, 이 총무. 그럼 우리는 회관으로 갑시다.”


“네 촌장님. 그런데 회관에 가시면 선거일 때문이 아니신가요? 저도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촌장이 이장을 넌지시 쳐다보자 옆에 있던 이 총무가 끼어든다.


“이장님은 그냥 도청이랑 면에 우리 섬. 관심받지 않게 보고나 잘하시고 마을 행정에 집중하세요, 촌장 선거는 우리가 알아서 진행하고 어련히 알려 드릴까요?”


“…”


“황 이장, 정리되면 내 황 이장에게 제일 먼저 얘기해 주겠네! 걱정하지 마시게”


“네. 촌장님 그럼 살펴 가셔요”


마을회관으로 이동하는 촌장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는 황 이장은 총무에게 제대로 무시당했다고 느끼고 촌장과 총무가 멀어지자 이내 혼잣말을 내뱉는다.


“잘난 척은! 니미! 내, 다음 선거에 꼭 나가 차기 촌장이 되고 만다! 두고 보자 이놈들….”


이응도의 촌장은 투표로 결정이 되는 선출직이다. 미국 카운티의 보안관 같은 형식이다. 마을의 대소사를 결정하고 법을 지키며 질서를 유지한다. 마을의 법을 위반했을 시 재판도 촌장이 주최한다.


이응도의 마을회관은 섬의 정중앙에 있다. 건물 가운데 작은 중앙 정원이 있고 건물은 그 주변으로 둥그런 모양의 ‘ㅇ’ 모양인 조그마한 건물이다.


마을회관에 모인 촌장, 총무, 청년회장은 촌장 선거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촌장님. 다음 촌장도 연임을 하셔야죠?”


“이 총무. 이제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해야 하지 않겠나? 너무 오래 했어, 세상도 변하고 있으니 우리 말고 다음 세대가 이 섬을 맡아 이어나가야지 않겠나?”


“촌장님. 그렇다면 생각해 둔 인물이 있으신지요?”


“… 김 회장, 내 생각에는…. 황 이장이 어떠한지?”


“촌장님. 황 이장, 그자는 너무 그릇이 작고 야욕이 많습니다.”


“또 한 이기적입니다. 독단과 독선으로 가득 찬 인물입니다. 섬의 생생발전(生生發展)을 위해선 더 대범한 인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자칫 우리 섬의 존재가 육지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큰일입니다. 섬의 정치를 맡기기엔 걸맞지 않은 것 같습니다.”


“… 김 회장, 이 총무. 이제부터는 우리의 다음 세대가 마을에 운영을 맡아야 하네 우리는 이제 이 섬을 잘 물려줘야 하지… 그러기엔 황 이장이야말로 우리의 바로 다음 세대 아닌가? 또, 자네들이 잘 지도편달 해준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나? 잘들 생각해 보시게.”


“네. 촌장님.”


“네,”


“나는 늙었어, 이제 구세대가 된 걸세, 이제는 뒷방 노인네로 돌아가야겠네, 다시 아범과 어멈이 있을 때처럼 동진이랑 숲 속에서 고로쇠 물이나 채취하며 살아야겠어…. 벌써 올해도 다 갔구먼, 곧 동면 때가 오겠지?”

이곳 섬사람들에게는 모두가 공용되는 비밀이 한 가지 있다. 이들은 지구의 마지막 남은 정령들로 이 섬에서 정체를 숨기며 살고 있다. 세상에 이들이 알려져 시끄러워지려 할 때면 항상 육지에는 큰 재앙이 찾아왔었다. 누군가가 이들의 비밀을 알아내려 했을 때나 혹은 이 정령들에게 위기가 찾아오게 되면 늘 그렇듯 전염병이나 전쟁이 발생했다.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와 스페인 독감도 그랬고 세계 1, 2차 대전 때도 그랬다.


이들이 무너진다는 것은…. 이 세상…. 곧 육지도 무너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육지에 일에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들이 지구의 처음 도착해서 발을 디딜 때부터 지금까지 그러했다.


동진과 기훈은 망가트린 어구를 다 고치고 황 이장과 함께 바다로 조업을 나간다. 수평선이 펼쳐진 아름다운 바다 위에 조그마한 고기 배 한 척이 파도를 이기며 열심히 투망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아름다운 풍경과는 달리 역시 동진과 기훈은 이장이 뱀눈을 하고 지켜볼 때는 땀을 뻘뻘 흘리며 그물을 펼치며 열심히 조업하지만, 이장이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서로의 뒤통수를 때리며 계속 장난질을 한다.


어느덧 해가 뉘엿해지며 모든 그물을 펼쳐놓는 투망 작업도 막바지에 이르고 모든 작업을 마친 황 이장의 배는 내일을 기약하며 다시 이응도로 향한다.


“기훈아, 아빠는 도착하면 수협 경매장에 볼일 있어서 먼저 가볼 테니까, 동진이랑 어구 정리 좀 하고 알아서 들어가라 너희 또 장난치지 말고!”


“네 아부지”


“네 이장님”


그러나 이미 동진과 기훈의 눈에는 장난기가 어려있다.


어선 정박지에 도착한 황 이장의 배 옆으로 여객선 항에는 이제 도착한 여객선 한 척이 입항하고 있다. 배에서 내린 황 이장은 급히 배를 묶고 수협으로 향한다.


이장이 수협으로 향하는 것을 확인한 동진과 기훈은 어구를 서로에게 던지기 시작한다.

그리곤 배에서 뛰어내려 서로를 잡으러 뛰어다닌다.

둘의 심한 장난이 이어지고 장난을 치다 잘못해 동진이 기훈의 얼굴을 때리자 기훈은 흥분했는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며 개구리 얼굴로 변한다.

둘은 얼굴이 변한지도 모르고 서로 엉키고 뒹구는데 어디선가 호통이 들려온다.


“네 이놈들!”


호통에 동진과 기훈이 돌아보는데 동진은 이제야 기훈의 얼굴이 변한 것을 본다.


“웁스! 기훈아, 얼굴!”


“뭐야? 언제 변한 거야?”


흥분을 멈추고 다시 원상태로 얼굴을 돌려놓는 기훈의 뒤로 촌장과 총무, 청년회장이 동진과

기훈을 바라보고 있다.


“내 그렇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며 일렀는데 지금 육지 배가 들어와 있는데 이놈들이! 우리의 율법을 어겨!”


뒤늦게 뛰어온 황 이장이 놀란 얼굴로 이 모습을 본다.


“촌장님 한번 용서를….”


“당장 재판을 준비해라!”


이장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무시해 버린 촌장은 동진과 기훈을 마을 재판에 세운다.


마을회관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총무와 청년회장의 주재 아래 재판이 시작되고 촌장은 재판장처럼 가장 높은 자리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개정! 죄인 황 기훈과 김 동진은 오늘 오후 마을의 항구 옆 정박지에서 우리의 율법 중 가장 중시되는 강령 중 하나인 우리의 정체를 절대 타인에게 보여선 안 된다는 율법을 어겨 지금 이 재판장에 오게 되었다.”


먼저 총무가 재판 죄명을 설명하고 청년회장의 부연 설명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미 항구에는 마을의 관광 여객선이 입항이 이뤄지고 있었으므로 자칫 우리의 정체가 탄로 날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죄명을 들은 주민들은 탄식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촌장의 결정을 기다릴 뿐이다.

황 이장 역시 기훈 걱정으로 경청만 하고 있다.

깊게 폐인 이마 주름을 만지며 한참 동안 고민을 하던 촌장은 결정을 내린 듯 자리에서 일어나 판결을 내린다.

“벌하겠다! 황 기훈은 우리의 율법 중 가장 중요한 법을 어겨 극형이 마땅하나 마을의 미래를 책임지는 청년이다. 그리하여 본인의 죄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바 태형 10대와 보름 동안 헛간에서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한다.”


황 이장과 마을 사람들의 탄식이 이어진다.

동진 역시 한숨을 내쉰다.


“김 동진은 황 기훈과의 나이에 걸맞지 않은 과도한 장난으로 인해 기훈을 흥분하게 도발한 죄 역시 크다. 그러나 김 동진은 정체를 노출하거나 흥분하지 않은 점에서 마을에 안위에 지장을 줄 지점이 없다고 판단한다. 김 동진은 보름간 헛간에서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한다.”


고개를 숙이는 동진. 이를 지켜보던 황 이장이 벌떡 일어난다.


“이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어찌 장난을 둘이 쳤는데 누구는 태형이고 누구는 그냥 헛간에만 간단 말입니까?”


“황 이장, 마을에 가장 어른이 이미 내린 결정입니다. 받아들이세요!”


총무가 황 이장을 달래지만 이미 흥분해 있던 황 이장은 계속해서 항의한다.


“이건 민주적이지 않습니다! 배심원이라도 구성해서 다수결로 해야지, 마을에 집행부가 북 치고 장구 치는 이런 구닥다리 정책이 어디 있습니까?”


“황 이장님 기훈이 때문에 그런 건 알지만 마을에는 규율과 전통에 따라 법이 집행돼야지요. 흥분을 좀 가라앉히세요.”


청년회장도 나서서 황 이장을 말리지만 황 이장은 더욱 폭주한다.


“이런! 니미! 전통, 규율? 그런 구닥다리 행정은 필요 없어요! 재판을 하려면 제대로 서로 변호라도 할 수 있게 해서 억울하지라도 않게 해야지, 언제까지 집행부에 결정에 끌려다녀야 합니까? 안 그래요? 여러분?”


황 이장이 마을 주민들을 보며 선동을 하기 시작한다.

가만히 이를 듣던 마을 주민 중 황 이장의 말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듣고 보니 그것도 황 이장 말도 일리가 있네!”


“그렇네! 지금 시상이 어떤 시상인디?”


“맞네, 맞아!”


듣고 있던 촌장이 일어난다. 그리고 주민들을 한번 둘러본다.


“우리는 육지의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여기 있는 주민 모두 다 아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우리끼리 율법을 정하고 규율을 정한 것이외다. 이 모든 것은 지금 여기 계신 여러분들의 부모나 본인에게 동의를 얻어 만든 것이지요. 지키지 않을 것이면 율법은 왜 있는가? 여기서 이 판결을 인정하지 않겠다면 율법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에 따른 문책을 진행하겠소!”


“촌장님 그래도 이건 너무 독단과 독선…”


“내가 본 것은 장난은 김 동진도 같이 쳤으나 얼굴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오.

황 이장.”


“…”


“더 할 말이 있소? 황 이장?”


“…”


“그럼, 재판을 종결하겠소! 모두 퇴청하시오.”


아무 말하지 못하는 황 이장을 뒤로하고 퇴장하는 촌장이 나가자 총무와 청년회장도 따라 나간다. 마을 사람들도 눈치를 보며 하나, 둘 회관을 빠져나간다.


홀로 마을회관의 남은 황 이장 주먹을 쥐며 분노의 소리를 친다. 얼굴이 잠시 개구리 변했다 돌아온다.


회관 밖에서는 서까래에 묶여 있는 기훈의 태형이 시작된다. 청년회장이 직접 채찍으로 때리려고 준비한다. 준비를 마친 기훈에게 다가오는 청년회장은 기훈에게 입에 물 수 있는 마우스피스 같은 재갈을 준다.


“기훈아, 미안하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이게 조금 도움은 될 거야.”

청년회장이 건네준 재갈(마우스피스)을 입에 무는 기훈. 마을 사람들은 연민과 안타까운 마음으로 초조하게 기훈을 바라본다.


준비를 마친 청년회장이 채찍으로 기훈의 등을 내리치기 시작한다.


“한 대”


이를 악물고 참아내는 기훈.


“두 대”


한 대씩 때릴 때마다 들려오는 마을 사람들의 탄식.


“세 대”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는 동진.

눈이 벌게져 분노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황 이장.


“네 대”


손자 같은 기훈의 모습에 안타까움으로 태형을 보지 않고 돌아서는 촌장.


“다섯 대”


그런 촌장을 죽일 듯이 쳐다보는 황 이장.


“열 대”


기훈의 태형이 끝이 나고 그 자리에 쓰러지는 기훈. 사람들에게 실려 나간다.

말없이 기훈의 뒤를 따르는 동진.


응급치료를 마친 기훈은 동진과 같이 헛간에 갇히게 되고 동진이 기훈에 등에 약을 바르고 있다.


“미안해 기훈아 나 때문에…”


“아냐 인마 장난치다 그런 건데 뭘 어째 흥분한 내 탓이지.”


“…”


“그런데 동진아?”


“응?”


“내가 촌장님 손자라도 나한테 태형을 내렸을까?”


“무슨 소리야?”


“나는 그렇게 계속 생각이 드네.”


기훈에 말에 씁쓸해지는 동진.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풀벌레 소리만 들릴 뿐, 주위는 고요하다. 그렇게 헛간에서의 첫날이 지나간다.


시간은 어느덧 보름이 지나 헛간에서의 벌을 모두 마친 동진과 기훈은 헛간을 나온다.


헛간 앞에는 황 이장과 촌장이 동진과 기훈을 기다리고 있고 황 이장과 촌장의 사이에 왠지 모를 어색함과 침묵만이 흐른다.


헛간이 열리고 동진과 기훈이 나오자 황 이장은 기훈을 챙기고 동진은 촌장에게로 다가간다.


“이장님, 죄송합니다. 앞으론 기훈이한테 장난 안 칠게요!”


미안해하는 동진의 사과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촌장에게 꾸벅 인사만 하고 기훈은 챙겨 떠나는 황 이장, 기훈도 촌장과 동진에게 인사를 하려 하는데 황 이장에게 밀려 아무 말도 못 하고 끌려간다.


말없이 바라만 보는 촌장과 동진.


“고생했다.”


“죄송해요. 할아버지.”


“집에 가서 밥부터 먹자.”


“네.”


촌장과 동진도 촌장의 집으로 향한다.


황 이장은 기훈을 태우고 가는 트럭 안에서 분을 삭이지 못한다. 옆에 있는 기훈은 아무런 말이 없다.


“구렁이 같은 노인네 지 손자는 그냥 헛간에 갇히게만 하고!”


“아버지 흥분한 제 잘못이에요”


“모르면 잠자코 있어, 앞으로 저 집안이랑 상종하지 마! 알았어?”


“네.”


촌장의 집에서 밥을 먹는 동진과 촌장 된장찌개와 나물 반찬, 생선구이들…


말없이 밥만 먹는 촌장과 동진. 동진의 밥 위에 촌장이 직접 생선을 찢어 계속 올려 준다. 아무말 없이 먹기만 하는 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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