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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Oct 05. 2024

창작왕 급한덕

시 쓰는 비법 


감자 심는 날   ㅣ 급한덕


오늘은 감자를 심어야지

하고 감자 눈을 잘라서 밭으로 가서

밭을 파고 있는데 두더지가

벌쩍 뛰어나와서 얼마나 

놀랬는지 가슴이 뛰어 한참 동안

쉬다가 두덕을 치어 감자를 

심고 있는데 또 왕지네가 손을 

물어 손이 뚱뚱 부어 

감자도 못 심고

집에 그냥 왔습니다



벌과 개나리    ㅣ 똑순애 


개나리가 피어있는데 

벌들이 개나리에 달라붙어서 

이리 왔다 갔다

개나리 하고 뽀뽀를 하면서

날아갔다가 또다시 날아와서 꿀을 따간다


개나리는 밝고 노오란 색깔이 어여쁘다

벌들은 기똥차게 꽃을 잘 찾아 날아온다


꽃이 피지 않았을 때 벌이 보이지 않고

꽃이 피면 어디선가 벌이 날아와 뽀뽀를 한다




똑순애가 오늘은 시가 생각 안 난다고 하자, 

급한덕 : 똑순애 꾸미면 돼. 

똑순애 : 영감은 꾸미는 걸 잘해. 나는 거짓말이 안 나와. 

요괴딸 : 어떤 때 꾸미는 거야?

급한덕 : 말이 안 되니까 꾸미지. 원칙으로만 하면 말도 안 되고 재미도 없잖아. 

땅속에 두더지고 지네고 다 들어 있어. 두더지는 납작해. 발이 낮아. 땅에 붙어 다녀. 

요괴딸 : 처음부터 꾸며 쓰려고 했어?

급한덕 : 아니지. 풀 매다 보면 그런 게 보이니까. 쓰다 보면 나오는 거지. 


(오... 대단하다.)


창작왕 급한덕! 

두더지와 왕지네 

시에 이중 고난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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