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비법
감자 심는 날 ㅣ 급한덕
오늘은 감자를 심어야지
하고 감자 눈을 잘라서 밭으로 가서
밭을 파고 있는데 두더지가
벌쩍 뛰어나와서 얼마나
놀랬는지 가슴이 뛰어 한참 동안
쉬다가 두덕을 치어 감자를
심고 있는데 또 왕지네가 손을
물어 손이 뚱뚱 부어
감자도 못 심고
집에 그냥 왔습니다
벌과 개나리 ㅣ 똑순애
개나리가 피어있는데
벌들이 개나리에 달라붙어서
이리 왔다 갔다
개나리 하고 뽀뽀를 하면서
날아갔다가 또다시 날아와서 꿀을 따간다
개나리는 밝고 노오란 색깔이 어여쁘다
벌들은 기똥차게 꽃을 잘 찾아 날아온다
꽃이 피지 않았을 때 벌이 보이지 않고
꽃이 피면 어디선가 벌이 날아와 뽀뽀를 한다
똑순애가 오늘은 시가 생각 안 난다고 하자,
급한덕 : 똑순애 꾸미면 돼.
똑순애 : 영감은 꾸미는 걸 잘해. 나는 거짓말이 안 나와.
요괴딸 : 어떤 때 꾸미는 거야?
급한덕 : 말이 안 되니까 꾸미지. 원칙으로만 하면 말도 안 되고 재미도 없잖아.
땅속에 두더지고 지네고 다 들어 있어. 두더지는 납작해. 발이 낮아. 땅에 붙어 다녀.
요괴딸 : 처음부터 꾸며 쓰려고 했어?
급한덕 : 아니지. 풀 매다 보면 그런 게 보이니까. 쓰다 보면 나오는 거지.
(오... 대단하다.)
창작왕 급한덕!
두더지와 왕지네
시에 이중 고난을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