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쓴다는 건
2년 전 시작한 시시시작의 기록은 여기까지다. 왜 여기까지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급한덕의 밭농사가 바빠지면서 연필을 놓았던 것 같다. 좀 더, 기록해 둘 걸. 아쉬움이 남는다. 기록되지 않은 요괴딸과 순한커플의 말들이 궁금하다. 시작하다가 그만두는 게 요괴딸의 주특기. '시시시작'에서도 주특기는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그나마 시시시작은 제법 열심히 써 두려고 애썼다.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정리를 시작했는데 정리를 마치면서는 다시 시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
시를 쓴다는 건 똑순애 / 급한덕
농사도 손으로 하고
시도 손으로 쓰고
농사는 곡식 되는 재미로 짓는데
시는 생각이 안 나는대도
자꾸 쓰라고 하니까 쓰고
시는 살아온 신세타령을 할 수 있고
시는 눈으로 본 대로 쓰고
시는 행동하는 걸 보고 지어낸다
말이 안 돼도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하면
떠오를 때도 있고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데
시를 써보니 기분이 좋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