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머위 관찰>
1차 : 2024. 12. 17
2차 : 2025. 1. 5
연향 도서관 가는 길, 아파트 단지가 늘어선 은행나무 가로수 아래 털머위가 줄줄이 펴 있어. 한 걸음 털머위, 또 한 걸음 털머위, 털레털레 걷다 보면 도서관이 금방이야. 인도와 차도 사이 울타리 너머로 꽃대를 겅중 내민 모습이 호기심 넘치는 장난꾸러기 같아.
연노랑 털머위 꽃은 여러 송이의 꽃이 모여 공처럼 둥글게 피어있다. 봉오리에서 꽃이 피어나는 모양을 가만 보니 재미있다. 곽티슈에서 휴지가 쏙쏙 뽑혀 나오듯 봉오리에서 꼬깃한 꽃잎이 나른한 기지개를 켜는 중. 광택 있고 빤닥한 털머위 잎은 여름 더위에도 겨울 추위도 끄떡없어 보인다. 크고 작은 통통한 하트 모양 잎들이 바닥에 옹기종기. 잎의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피어 있는 꽃만 보고 다닐 때는 꽃을 예쁘게 찍으면 그걸로 끝이었다. 꽃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꽃과 잎이 어떤 방식으로 나고 지는지. 잎의 뒷면, 잎맥, 열매로 까지 관심이 확장되었다. 식물과 마주하고 고요히 있다 보면 식물의 시간 속으로 마치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계절 감각도 전보다 훨씬 풍성해졌다.
겨울에는 붉은 동백만 있다고 생각했지. 이제 겨울 꽃으로 털머위도 꼽을 수 있다. 그동안은 특별하다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작년 겨울부터 유독 털머위에 시선이 머물렀다. 털머위 노랑은 마음을 등불처럼 환하고 따뜻하게 밝혀준다. 차디찬 겨울에 꼭 필요한 색감이다.
1월 5일에 본 털머위 꽃 색은 꽃잎 가장자리 쪽부터 희끗하게 물이 빠져 보인다. 봉오리가 달린 위쪽에 돋아 있는 조그마한 잎사귀들은 아직 개화하지 않은 꽃봉오리를 보호하려고 손으로 감싸고 있는 듯 조심스러워. 애지중지하는 것 같달까.
식물에 대해 쓰다 보면 '~듯하다.', ' ~처럼 보인다.'와 같이 서술하게 된다. 내 주관이 너무 개입된 묘사인 것 같아서 썼다 지웠다 한다. 술술 써지지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부득부득 묘사를 한다. 묘사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눈앞의 털머위와 똑같이 그리지 못하기 때문에 털머위는 이래요. 저래요. 말이 많아진다. 나는 털머위의 광택 있는 잎을 그리지 못한다. 그럼에도 털머위는 내게 털장갑, 털모자처럼 겨울이면 생각나는 환한 꽃이다.
다시 그리는데 두 달이 걸렸다. 좋아하는 일이고 5개월 정도 꾸준히 해왔던 일이라 별 노력 없이도 계속할 줄 알았는데... 노력 없이 지속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얼마간이라도 꾸준히 했다면 다시 시작하기가 좀 쉽다는 것 정도. 좋아하고, 계속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핑계 삼아 멈춘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지난해 하반기,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났다.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마음은 눈만 맞춰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찬란한 에너지. 반짝이는 눈동자. 힘들어도 한 발 한 발 내딛는 용기. 울컥했다. 저절로 눈물이 나고 우러러보아 졌다. 무엇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도 귀하고 깊게 와닿아서 내게도 그런 일이 있기를 바랐다.
다시 그리면, 분명 엉망일 텐데... 매일 미루다가 의자에 앉았고 연필을 쥐었다. 스케치를 시작했다. 내가 전에도 이 종이에 그렸다고? 이 연필로? 연필 스케치의 강도도 조절되지 않았다. 종이의 질감도 너무 낯설었다. 스케치까지는 그래도 어찌 끝냈다. 채색을 하는데 버버벅. 조색부터 난감. 물 농도는 당최 모르겠고. 어디서 시작해서 어떻게 끝내야 할지. 이파리 한 장의 면적이 너무 넓게 느껴졌다. 얼룩진 잎들이 여러 장 그려졌다. 완성했으니 더 욕심내지 말자. 붓을 씻고 팔레트를 정리했다. 다음이 있다.
어! 그러고보니 털머위의 털은 어디에? 못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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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머위
국화과의 늘 푸른 여러해살이 풀, 해변의 바위틈에 주로 자라는 식물이다. 털머위는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발견되며 긍정적이며, 희망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유럽에서는 털머위가 우정과 친근함을 나타내는 꽃으로 친구 간의 선물로 자주 사용되었다고 한다. 꽃말은 한결같은 마음, 다시 찾은 사랑이다.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