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포 Mar 25. 2023

말 타고 말 찾기(骑马找马)

즐거운 직장인(#2)

샤오왕(小王)은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었다.

졸업 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는 딸에게 샤오왕의 아빠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옛날 어느 마을에 한 사나이가 있었는데, 자신이 매우 아끼는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어. 그 말은 ‘천리마’로 사나이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말이었지. 그래서 사나이는 모든 것을 내버리고, 말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섰지.


먼 길을 걷고 있는데, 저 멀리 말 한 마리가 보이는 거야. 사나이는 반가움에 힘차게 뛰어갔지. 그러나 웬걸, 그 말은 사나이가 찾는 말이 아닌 조롱말이었어.


사나이는 초원에 이르렀고, 또다시 정처 없이 길을 걸었어.  그러다 또다시 저 멀리에 사나이의 말과 같은 크기의 말이 보이는 거야. 이번에도 사나이는 힘차게 달려갔어.  그러나 아쉽게도, 그 말은 사나이가 찾던 말이 아닌 얼룩말이었어.


오랜 시간, 먼 길을 걸으며, 사나이는 또다시 몇 마리의 말을 만났지. 흑마, 백마를 만났고, 또 매우 준수하고 튼튼해 보이는 적토마도 만났지만, 모두 사나이가 찾던 ‘천리마’는 아니었어.


사나이는 길을 걷다, 사막에 들어섰고, 계속 걷고 또 걷다가, 결국엔 사막에서 굶주려 죽고 말았대.


죽기 직전에 사나이는 한 노인을 만났고, 자신이 어떠한 길을 걸었는지,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하는데, 사나이의 이야기를 다 들은 노인은 사나이에게 이렇게 말했었다고 해.


“만일 자네가 그동안 만났었던 말을 타고서 자네의 말을 찾았었더라면, 이렇게 길에서 죽지 않고, 더 빨리 자네의 말을 찾을 수 있지 않았겠는가?“

   



샤오왕의 아버지가 졸업을 앞둔 딸에게 한 이야기는 ‘말 타고 말 찾기(骑马找马)’라는 이야기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중국어 HSK 시험을 준비하며, 독해문제에서 예문으로 읽었다. 당시 나는, 이미 대학을 졸업한 상태였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고 있었던 때였다. 쉽게 말해 백수였다.


너무나 신중하고, 이상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서, 무엇이 나의 ‘소명’인지를 고심하고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샤오왕의 이야기는 특별한 메시지가 되었고, 나는 곧이어 취업을 하게 되었으며, 아직도 같은 회사에 재직 중이다.


현재 하는 일이 학창 시절부터 꿈꾸어 오던 일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꿈꾸어 오던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꿈을 꾸지 말자고 하는 말은 아니다. 당연히 꿈을 꾸어야 한다. 그러나 꿈을 꾸면서도 잠에서 깨어 현실을 살아야 한다.


인생은 징검다리이다. 한 발짝 한 발짝 뛰면서 연결을 통해 목적지로 나아갈 수 있다. 물론 아주 긴~ 다리를 가지고 태어나 한 걸음에 먼 곳으로 뛰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나처럼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글의 제목은 ‘말 타고 말 찾기’이다. 그러면 나는 나의 말을 찾았냐고? 아직 모르겠다.


현재의 직장에 십여 년 근무하며, 방황의 시간들도 있었다. 내가 찾는 ‘천리마’와 같아 보이는 말들이 저 멀리 보이는 듯하여, 힘차게 달려간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처음에 탄 그 말을 타고 달리고 있다.  


사실 ‘말 타고 말 찾기(骑马找马)’라는 사자성어에는 두 가지의 뜻이 있다.


첫 번째는 내가 깨달았던 샤오왕 이야기의 교훈이고, 다른 한 가지는 한국 속담에 ’업은 아이 삼 년 찾는다‘와 같은 뜻이다.


자신이 어떤 물건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그 물건을 이리저리 찾는 모습을 비유한 표현이다.

요즘은 아이를 많이 업지 않기에, ’안경 끼고 안경 찾는다.‘라고 바꾼다면 더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샤오왕의 아빠가 딸에게 해준 사나이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나의 이야기는 아직 진행 중이다.


말 타고 달리고 있는 내가, 나중에 드디어 ‘천리마’를 발견하게 될런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어쩌면 내가 타고 있는 지금의 말이 시간이 흘러 ’ 천리마‘로 변신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나는 말을 타고 있고, 아직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혹시나 예전의 나같이 대학을 졸업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만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은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능력과 경험을 확장하면서 나중에 원하는 일을 하게 될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지금 하는 일이 천직이 될 수도 있다.


함께 말 타고 말을 찾자. 말을 찾으면서도 행복하자.

말탄 사나이 (출처 : 바이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