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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포 May 05. 2023

인연

因缘


#. 사람 구경


23년 5월 어느 저녁, @신촌 투썸플레이스


오랜만에 커피숍에 앉아 ‘사람구경’을 했다.


사람구경은 나의 독특한 취미 중 하나이다.

한참 예전에 ‘서태지’씨가 인터뷰 중에, ‘사람을 구경하는 취미가 있다.‘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으며, 그 무렵부터 나도 모르게 가끔 취미처럼 사람구경을 하게 되었다.


커피숍에 홀로 앉아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陌生人(중국어로 낯선 사람들을 뜻함)들을 관찰한다.


우선 외모와 옷차림, 표정 등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의 관찰로 시작하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추측하기 시작한다.


‘저 친구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을까?’

‘함께 있는 저 둘은 무슨 관계일까?’

‘저 여자는 무슨 사연을 가지고 울고 있을까?’

‘저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변을 머릿속으로 생각해 본다.

물론 나의 추측은 매우 자의적이고, 매우 부정확하다.


나와는 옷깃을 스쳐 지나가는 정도의 인연을 가진 사람들, 같은 시대에 같은 공간을 누비지만, 만남으로는 이어지지 못하는 인연들.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자신의 운명을 살아가는 인생들…


개중에는 ‘어떤 우연이라도 발생하여, 관계가 이어지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인물들도 있다.

물론 나는 아무에게나 말을 걸 정도로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


사람구경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상상력이 발휘될수록 재미는 더해진다.

어쩌면 그림 구경 보다,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보다 다채롭고 흥미롭다.


문득 혼자 있게 되는 날, 특별히 할 일이 없다면,

나처럼 취미 삼아 사람구경 해보기를 추천해 본다.




#. 같은 공간 다른 시간,

     같은 공간 다른 사람


신촌의 투썸플레이스 a twosome place,

나에게는 같은 장소(same place), 다른 시간(different time)


20년 전 대학생이었던 시절에 머물던 공간에 앉아서,

20년 전 옆자리에 앉아있던 친구를, 그리고 친구와의 대화를 생각한다. 그땐 참 풋풋했었지.


공간은 같으나, 시간은 변하였고,

머무는 인물들은 변하였다.


공간은 같으나, 시간은 변하였고,

나도 시간을 따라 변하였다.


공간은 같으나, 시간은 변하였고,

같이 있던 친구는 지금 곁에 없다.

(물론 아직도 연락을 할 수는 있으나, 그 시절처럼 만날 수는 없다.)


기억 속에 남는 과거의 장면, 그 공간에 들어와 있으나, 시간은 많이 흘렀고, 그 공간은 낯선 이들로 채워져 있으며, 나는 알 수 없는 상실감을 느낀다.


과거를 회상하고, 과거의 만남을 향수하는 나 자신에게 하는 말, “현재의 시간을, 현재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자.” 훗날 오늘을, 그리고 오늘의 만남을 아련히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첫 만남의 자리에서 의미를 새기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하는 말,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늘은 이 문장이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앞으로는 조금 더 마음을 담아서 이 말을 해야겠다. 그리고 정말 반가운 만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 동행


만남의 범주를 넘어서서 특별함의 영역에 들어온 관계, 그것은 운명이다.


인연(因缘)의 ‘연(缘)’ 글자는,사람 간의 보이지 않는 ‘줄’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라고 한다. 인연을 가진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줄로 연결되어 있다.


물론 처음의 만남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른다. 인연이 지속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끊어질지,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질지… 혹은 인연이 악연이 될지…


모든 만남이 좋은 결과로 남지는 않는다.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만남을 두려워하게 된다. 그러나 그 두려움으로 인해 소중한  만남의 기회들을 놓칠 수도 있다.


나의 관계의 영역에 들어온 사람들, 무수히 많은 경쟁을 뚫고 나의 사적인 영역에 머물게 된 사람들, 나와 같은 공간에 머물며,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


어느 공간, 어느 시간에서 나의 인생길에서 벗어날지 모르지만, 인연이 하루가 될지, 1년이 될지, 10년 이상이 될지 모르지만, 현재의 좋은 만남들은 소중히 여기자.


같은 공간으로 다시 돌아올 수는 있으나,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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