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사랑해

#05 고백을 하면 뭐라 할까?

by 이봄

마음에 쌓인 말이 있습니다. 쌓아만 두고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말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품지 말아야 하는 말일 수도 있고, 너무 과분한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머리와 가슴이 따로 움직이는 말입니다. 머리는 가로젓고 가슴은 끄덕입니다. 한 번 살다가 가는 인생인데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면 그만인 거야 말을 하기도 하고, 지금 사랑타령이나 하면서 살 처지가 아니야 꾸짖기도 합니다.

남자라고 해서 모르지 않습니다. 개똥도 약으로 쓰려고 하면 없다는 말처럼 개뿔도 없는 처지이고 보면 머리가 시키는 게 옳은 일입니다. 청춘의 끓는 사랑도 아니고 보면 설레는 마음 고이 접어 가슴 한편에 넣어두는 게 보기에도 좋을지 모릅니다. 그 나이에 무슨 주책이냐 빈정대는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게 어디 손바닥 뒤집듯 뒤집을 수도 없고, 분명 내가 주인데도 내 맘대로 하지 못하는 게 또 마음이 하는 일입니다.

오늘부터 누구를 좋아해야지 선을 긋고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내일까지만 좋아하고 그만두는 거야 할 수도 없습니다.

"내가 왜 좋은데?"하고 물으면 어물어물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게 마음입니다. 골똘히 생각을 해봐도 왜 그런지 시원스레 답을 찾지 못합니다. 상기된 얼굴로 겨우 대답이라고 내놓는 말은 "글쎄, 그냥 네가 좋아" 우물거리다 맙니다. 감기와도 같은 게 사랑이라고 했습니다. 실컷 앓고 나야 끝이 나는 게 감기고 사랑입니다. 곁에서 아무리 잔소리를 하고 윽박질러도 결국은 호되게 앓고 나야만 합니다. 청춘의 사랑은 열병으로 왔다가 두어 뼘 성장으로 지나간다지만 중년의 열병은 무엇을 남길지 지레 겁을 먹게도 되고, 거꾸로 아직 굳지 않은 가슴이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마음이 복잡한 남자입니다.

"지금 뭐해? 난 커피 마시는 중이야"

문자가 날아들면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구구절절 달콤한 연애편지라도 한 통 받아 든 기분입니다. 뭐하냐고 안부를 묻는 말 한마디에 심장이 반응을 합니다. 찌릿하게 전기가 온몸을 관통하는 마음인데 고이 접어 가슴 한편에 밀어 두기가 그렇습니다.

"응, 나도 커피 한 잔 하려던 참인데. 오늘은 바람이 제법 차. 어디 외출하려면 옷 따뜻하게 입고 나가. 알았지?"

"그래, 알았어"

그녀가 대답을 합니다. 그리고는 시시콜콜 말들이 이어집니다. 점심은 뭘 먹었는지, 저녁에는 친구를 만나 밥을 먹기로 했다느니 하는 식의 대화를 하다가 꼼지락꼼지락 주머니 속에서 편지를 만지작거리듯 말 한마디가 고개를 쳐듭니다.

"있잖아, 널 사랑해!"

고백하고 싶었습니다. 몇 날 며칠 고민을 하고 내일은 꼭 고백을 하고 말 거야 다짐을 했지만 결국 또 목구멍으로 넘기고야 말았습니다. 그냥 지금처럼 이렇게 얘기 나누는 것으로 만족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널 사랑해' 섣부른 고백으로 퇴짜를 맞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문자로 주고받는 말들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남자라서 긁어 부스럼은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뭐해? 나 지금 한가한데 얘기나 좀 하자. 응?"

문자가 날아들면 가슴에 말 한마디 동동 떠다닙니다.

"있잖아, 널 사랑하나 봐"

품에 가득 딱지를 안게 되더라도 내일은 꼭 고백해야지. 남자는 오늘도 다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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