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찬란 민망해도

그러면서 늙고 싶어

by 이봄

무명실 길게 묶어 문고리에 걸어두고

너는 눈 감거라 하시더니 버럭같이 열어제쳐

이 하나 댕강 빠져들고


유치하다 치졸하다 하는 말은

시궁창에 찬밥이 당연하다 여기고서

없는 철도 있다 한양 쇳가루도 씹었는데


내리는 봄비 마주하니 춘일에 잔설이라

녹아들고 젖어들고 유치따위 어떻든가

발거벗은 엉덩이로 춤이라도 못 추겠나

달 이슥한 밤 꽃이라도 꽂고 말고

말은 제 알서 깨어나고, 깨어나던 개구리도

민망함에 입을 다물었다던 새벽이 지났다.

애간장 녹일 듯이 내리던 봄비도

흔적 없어 나는 다만 지난 밤 무슨 일 있었을까?자문하는 시간이야.


종일 말 하나 붙들고서 씨름 한 판

걸판지게 노닐어도 끝끝내 놓지 못한 얼굴.

그림으로 붙여놓고

새벽닭 울 때까지 들여다 보았다지.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 버혀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정든님 오신 날 밤이거든 굽이굽이 펴리라


황진이 넋두리에 무릎치며

맞는 말이로세, 그 말이 정답일세

맞장구도 치던 날에


손에 남은 말 몇 줄

금은보화 품에 품듯 고이고이

움켜쥐고 고백을 하는 거야.


그대 생각에

매화가 피었다

마음에 피었다


너 있어 꽃도 피고, 새도 울고,

봄 마저 온다 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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