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꽃되고 색들은 노래가 되고
항아리 하나 그렸습니다. 둥글넙적 퉁퉁하고 투박한 녀석입니다. 황토색 고운 몸뚱이도 아닙니다. 화산섬 검은 밭에 초록의 것들 바람으로 떠도는 몸뚱이면 좋겠다 생각을 했지요. 검은 몸뚱이에 초록을 뿌리고 가끔은 흰구름 이고 지라고 하얀 페인트도 덧입혔습니다. 어째 좀 섬스런 분위기가 만들어졌을까요.
주둥이 크고 품 넓은 항아리에 물을 채웠습니다. 새벽 가장 좋은 시간에 솟아난 물을 채우고 싶었습니다. 정성스레 길어올린 정화수 한 사발 장독대에 올려놓고 기원의 말 옹알이처럼 외시던 어머니의 물입니다. 맑고 기운 찬 대지의 젖을 부었습니다. 배곯아 기운없던 아이 배꼽이 벌떡 일어나겠지요.
고운 말들 넉넉히 불러다 시를 삼고, 어여쁜 색들 알록달록 불러다가 노래를 삼았습니다. 시와 노래가 어우러져 춤을 추었습니다. 젖살 오른 아이들은 이 꽃 저 꽃 꽃으로 피고, 어화둥둥 덩달아서 어른들은 꽃밭 가운데서 춤을 춥니다. 어깨춤 정겨워서 으쓱거리고, 엉덩이도 신이나서 덩실덩실 맴을 돌았지요. 휘적이는 몸짓마다 꼬향기 날리고 마을은 온통 꽃대궐 입니다.
해가 되고 달이 된 말들은 낮과 밤을 밝히고 총총히 떠돌던 말들은 밤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푸른 물감이야 당연히 들풀되고 나무가 되어 초록으로 일렁였지요. 바람은 파랗게 몰려가고 구름은 하얗게 몽글거렸습니다. 때로는 둘이 하나되고 하나가 셋이 되었어도 조화롭고 평화로와서 다툼조차 없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오가는 말들이 꽃으로 핀다는데야 다툼이 일어날 일이 없지요. 불어가는 바람은 형형색색 들풀로 자라고 아이들은 싸움보다는 사랑을 먼저 배웠습니다. 엉겅퀴와 달맞이 꽃이 시간을 다투지 않듯 사람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항아리 가득 피어난 말과 색들이 시가되고 노래가 되었지요. 덩실덩실 춤사위야 가을날 향기로운 사과 같아서 때 되면 절로 여물었고요.
향기 가득한 항아리 하나 가슴에 품었습니다. 정화수 맑은 물은 마르지도 않고 내내 시원할 테고, 아이들은 여전히 어여쁠 터예요. 마을은 늘 꽃이 피고 지고, 사람들은 그늘 좋은 나무에 기대어 사랑을 나누겠지요. 그런 항아리 하나 가슴에 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