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깊어 붉어져요
초록이 무성한 풀밭에서
붉게 물든 풀잎을 만났습니다.
선명하다 못해 한 눈에 들어오는 붉음에
이끌려 보릿대 잘려나간 풀밭을
바스락거리며 걸었습니다.
이름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초록에 둘러싸인 검붉은 이파리가
마음을 빼앗았다 해야겠지요.
예뻤습니다.
단순히 꽃 한송이가 주는
예쁨이 아니었습니다.
그 강열한 빨강이 심장을 뛰게 합니다.
요동친다는 말이 어울렸습니다.
설렌다고 해도 맞는 말입니다.
사진을 찍었습니다.
두고 봐야 오래도록 볼 터인데
나의 조바심은 끝내 붉은 이파리 싹둑
잘라다가 이렇게 사각의 틀에 가뒀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지만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개도 못 주는 버릇이 발동을 했지요.
어쩌겠어요.
내 그릇이 딱 여기까지라서 틀에
가두고서 잘라내고, 씻기워서 하나의
그림을 남겼습니다.
바라보았습니다.
한동안 핸드폰 화면에 뜬 붉은 이파리들
바라만 보았습니다.
어떤 말을 불러내어
녀석들 짝을 지어줘야 어울릴까?
심장 요동치게 한 그 빨강에다 어떤 녀석을
짝지어줘야 좋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결국은 빨강이었죠.
꽃도 아닌 녀석인데, 초록이 점령한 6월의
풀밭에서 홀로 붉은 강열함이란
"어디? 꽃만 붉으랴!"
시위라도 벌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랬습니다.
꽃만 붉어야 하는 이유도 없고,
타는 노을과 가을날의 단풍만 붉으란 법도
더더욱 없었습니다.
계절에 어긋난 붉음이 오히려 눈길을 끌고,
초록의 바다에 동동 떠다니는 빨강이라서
일몰과 일출의 빨강이겠다 싶은,
타오르고 사그라드는 불꽃을 보았습니다.
빨강은 그랬습니다.
손끝에 힘을 모아 말을 씁니다.
마음을 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마침내 만들어진 그림 하나 보면서
풀밭에서 느꼈던 떨림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말과 글이 붉은 이파리와 만나
뜨겁게 붉어 아름다웠으면 했습니다.
어느 먼 옛날 첫눈에 반해 콩닥거리던
마음이나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에서
차마 떼지 못하던 먹먹한 가슴이라면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그냥 저냥 지나치는 마음은 사양입니다.
붉거든 붉어 예쁘구나!, 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을 보았을 때 심장은 미친듯 뛰고
얼굴은 소주 몇 병 들이킨 듯 붉었습니다.
제대로 얼굴 바라보지도 못하면서
쿵쾅거리는 심장소리 행여라도 그대에게
들킬까 조바심에 더욱 떨었습니다.
사시나무 떨 듯 한다고 하죠?
아마 그날의 나는 사시나무처럼 떨었겠죠.
설레서 달아오른 몸은 인주라도 뒤집어 쓴 듯
온통 붉어서 뜨거웠겠지요.
붉은 이파리에 몇 줄의 말을 쓰다가
당신을 떠올리게 됩니다.
생각만으로도 여전히 난 요동치는 가슴을 안고
붉어지는 얼굴을 마주하게 됩니다.
오랜 열병입니다.
어쩌면 사는 내내 떨쳐내지 못할
지병이겠다 싶습니다.
맞아요, 그렇습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붉은 마음을 품었으니 붉은 이파리 하나에
이렇듯 떨리는 심장을 갖나 봅니다.
그대 생각만으로 나의 심장은 요동치고,
불게 타는 노을이 되고, 타닥이는 단풍으로
타올라 매캐한 연기 피어오르게 됩니다.
아, 심장 뛰게하는 빨강이 좋습니다.
어디 꽃만 붉으랴!
얘기하게 됩니다.
당신 처음 보았을 때부터 붉게 타는 나는
여전히 붉어 뜨겁습니다.
초록도 걷어내고 파랑도, 노랑도
마침내 세상의 빛깔들 모두 걷어냈을 때
어둠속에서 타닥이는 불꽃이 있다면
의심하지 마시어요.
붉어 뜨거운 마음이 불꽃으로 탑니다.
파도 천 년을 두고 부서져 새파랗게
멍울 들었듯 나는 그대 사랑함으로
붉은 심장이 요동칩니다.
매캐한 연기 피워내며 타닥이는
불꽃입니다.
오늘도 맹렬하게 타는 마음입니다.
당신 생각만으로 붉어지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