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 꽃이 되었다는 소년, 더는 기다리지 않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아래의 글은 좀 시간이 된 글입니다. 이 공간을 알고서 어제 첫 글을 올리고 오늘이 되었지요. 마당을 서성이다가 동자꽃이 피었음을 알았습니다. 계절의 순환은 어찌나 정교하고 빈틈이 없는지 올해도 어김 없이 계절에 맞게 꽃이 피고, 피었으니 또 지고 있지요.
동자꽃도 마찬가지죠. 몇 해 전 보았던 그 꽃이 또 이렇게 새초롬하게 피어 반겨요. 주는 것도, 특별한 손길도 없는 내게 무한애정으로 미소를 보냅니다. 참 고맙고 감사한 일입니다. 대가도 없는 미소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고 마음은 훈훈하게 데워지지요. 그래서 자연이 자연인가 합니다.
종재기나 될까 말까 한 밴뎅이 소갈딱지로 사는 저라지만 늘 곱고 향기로운 시선으로 저를 대합니다. 때로는 아릿한 향기도 나누고, 사실 손이라도 있다 하면 덥석 맞잡아 온기를 나눌 기셉니다. 오늘은 이런 말을 반추하며 있습니다.
"참, 다행이야. 꽃이 피고, 또 지고 있어서!"
중얼중얼 꼬물꼬물 세상을 씹고, 음식도 씹고, 결국엔 스스로도 곱씹게 되지요. 잘 씹어야 건강하고 행복하다, 합니다. 그냥 지나치기가 그래서 지난 얘기 하나 올리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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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꽃, 그 아린 얘기
하루 종일 품을 팔고, 삯바는질에 밤을 지새워도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한 집이 있었습니다. 초근목피로 연명하길 몇 날 며칠 이었는지 셀 수도 없는 가난이었지만 엄마와 아들, 두 모자는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어미가 지병으로 세상을 등지기 전까지는.....
"엄마, 엄마 일어나요? 눈을 떠봐요. 엄마!"
흔들고 깨운들 소용이 없었지요.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이는 오열하고, 또 오열 했지요. 싸리문 휘청이는 틈 새로 비집고 나오는 아이의 절규에 스님이 걸음을 멈췄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동자승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암자의 평온한 나날이 흐르던 어느 날 스님은 바랑을 들쳐메고 마을로 탁발을 나섰지요. 절간도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궁핍함은 속세의 그것과 다름이 없었거든요.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사흘이 가도 스님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기다림이 쌓이는만큼 때 이른 눈은 나푸나풀 쌓여만 가고요. 짹짹 울고가는 산새와 컹컹 울부짖던 늑대의 그림자가 무서움과 외로움을 더하던 어느날 까치발로 기다리던 스님을 뒤로하고 동자승은 숨을 거뒀습니다.
날이 개이고 눈 녹아 암자에 오른 스님을 기다리는 것은 싸늘히 식은 동자의 주검이었지요. 극락왕생 독경이 뭔 소용일까만 스님의 독경 소리에 바가지로 흩뿌리는 눈물을 노자삼아 잠이 들었습니다. 먼 길 저편엔 분명 포근히 안아줄 어미가 기다리고 있겠지요.
겨울이 물러난 이듬해 동자승의 무덤가에 꽃이 피었습니다. 불러도 대답 없던 어미와 기다려도 오지않던 스님을 기다리며 죽어가던 피빛 울음을 닮아서 저리도 붉을까요. 기다려도, 기다려도 끝내 손에 닿지 않던 그 외롭고 무섭던 시간이 꽃으로 되살아나 우는가 봅니다. 꽃잎에서 뚝뚝 슬픔이 떨어지는 꽃
"동자꽃"입니다.
동자꽃의 꽃말은 기다림입니다. 더이상 기다림이 없었으면 좋으련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