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간, 어떤 나로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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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지 며칠 된
글씨를 불러다가 하나 하나
잘라내고
붉게 물든 나뭇잎도 하나
곱게 찍어서 짜깁기를 했다.
때로는 키우고 때로는 줄여
균형을 잡고 ,
각각의 매력을 뽐낼 수 있게 요리 조리
자리도 재매김 했다.
이쯤이면 괜찮네!, 할 때까지
조물조물 장난을 쳤다.
재구성 , 재편집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살아온 날들도 글씨 잘라내어 재구성하듯
리부팅 할 수 있다면
과거의 어느 날로 돌아가 리셑 버튼을
누르면 지금의 내가 아닌
나름의 구미에 맛는 내가 되려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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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달라질까 마는
리부팅할 수 있다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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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거나 붉다거나
왜 그러냐고 묻지를 마시라!
제 멋에 취해 단풍들면 그만이야.
가을은 그렇게 자아도취 행복하게 저무는데
나는 차마
왜 그러냐고 묻지 마라!
얘기하지 못했다.
서리가 내리고 기온은 곤두박질쳐서
얼음이 얼고 눈 내렸다 하는데
오들오들 인생이 춥다 했다.
사시나무 오들오들 떨다가 가지 끝 이파리
모두 떨구고서 마침내 회백색 마른 몸뚱이만
바람 앞에 안쓰러웠다만
노란 단풍잎 나비처럼 날리우고
돌아선 뒷모습은 당당해서 좋았다.
단풍이 곱고 아름다운 건 당당하기
때문 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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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고운 가을이 부러울 뿐
어느 날, 어느 때라야
만산홍엽滿山紅葉 가을로 여무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