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몰랐습니다.
몇 달을 오가는 길목에 매화나무
한 그루 있는 줄 몰랐습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났습니다.
가을도 모자라 겨울을 등에 업고
봄이 찾아온 어제까지도 매화나무
한 그루 거기에 있는 줄 몰랐습니다.
빌딩이 숲을 이루고
등 굽은 소나무들 뿌리째 뽑혀 선산을
놓친 지 오래도 되었다지요.
설움 설움 솔가지 휘청이는 그늘에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매화 한 그루
이목도 없이 있었나 봅니다.
인도와 화단을 나누는 경계석은
반질반질 문지방으로 닳았습니다.
오가는 길이니 그 반질거림에 몇 달의
수고를 보탰을 나인데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여름, 가을, 겨울.
세 계절이 지나고 또다시 봄이란 녀석
싱글벙글, 발그레 으스대는
날에서야 녀석의 존재를 알았습니다.
삼삼오오 시끌벅적 사람들 지나치는 모퉁이에
꽃 두어 송이 피우고서
다소곳이 있더이다.
밀물로 썰물로 몰려가는 인파에
차마 향기마저 맡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더라도
고향 까마귀라도 만난 듯 나는
매화꽃 두어 송이에 심장이 요동쳤습니다.
시인이 그랬습니다.
눈꽃 등에 지고 피는 매화는
사실 피는 꽃이 아니라고 했지요.
설움 설움 모았다가
봇물 터지듯 순간으로 터지는 꽃이라
했다지요.
스쳐지나며 터지는 봄을 보았습니다.
팝콘처럼 달달하게
때론 화산처럼 처연하게
봄이 터지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