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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달에도 봄은 오는가
찔레꽃 피던 날
나비 떼 지어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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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Feb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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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이 뒤엉켜 어둑한 날,
종일 졸음이 떠나지 않았다. 깨어났겠거니
앉았다가도 이내 이불을 파고들었다.
꿈꾸듯 잠을 자듯 경계에서 뒹굴 때
빼꼼히 열린 창으로 바람이 불고 먹구름 서넛
들락거리더니 나풀나풀 눈이 내렸다.
어, 눈이 내리네!
바람 멈춘 건물 사이로 벚꽃 떨어지듯
눈이 내렸다.
숨소리조차 놀랄까 싶었다.
소리도 없이 나풀거리는 눈은 고요했고
맑은 바람처럼 정갈했다.
떼 지어 나비가 날았다.
골목을 날다가 커다란 버드나무를 휘돌아
거리를 덮으며 날았다.
먹구름이 잉태한 너는
어쩌면 이렇게 하얗게 빛날 수 있을까?
수면을 수놓는 수 천의 물비늘이
떼로 몰려가며 반짝이듯
나비들이 몰려간 세상은 현란하게 반짝였다.
날개에 매달린 바람은 상쾌했다.
향기는 알싸했고 황홀했다.
봄은 아직 저기 멀리 아득했는데
코끝을 스치는 바람엔 찔레꽃이 무더기로
피었고, 벌 나비는 요란을 떨었다.
낮과 밤이 뒤엉켜 어둑한 날에
함박눈 나비 떼로 나풀거리더니 마침내
알싸한 향기로 찔레꽃을 피웠다.
아득한 옛날 어미의 젖무덤을 파고들며
쌔근쌔근 잠들었듯
찔레꽃 꽃무덤 파고들어 잠들어도 좋겠다.
비릿한 젖 냄새가 알싸한 꽃향기로 피었다.
찔레꽃은 그리움 한 아름 품에 안고
때도 모르고 피었다.
함박눈 곱던 날에 그렇게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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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보글보글 찌개가 끓고 양념같은 이야기들 곁들이는 것. 삶은 그런 거야. 글 송송 캘리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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