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찌푸린 하늘은 금방이라도 뚝뚝 빗방울 몇 개 떨굴 듯 우울하고, 그러거나 말거나 나와는 상관없지 툴툴대며 달려가는 자동차도 서넛, 그런 풍경에 앉은 병색 짙은 놈 하나가 창을 사이에 두고서 각자의 호흡으로 살고 지는 아침이다.
그렁그렁 두어 됫박의 설움이 난장을 치고 그래도 살아야지 목구멍 가득 설익은 밥이 곤두선다. 넘기고 뱉어야 할 말들이 잡다하게 고개 들 때, 걸음은 멈추고 시선은 산란했다. 하긴 그렇다. 무슨 염치로 명징하고 또렷하게 세상과 마주하랴. 부끄러운 몸뚱이 겨우겨우 달래서야 마주하는 거울이 오늘일 테니 말이다.부러 회피하는 눈길엔 희미하고 뿌연 게 맞겠다 싶다. 반쯤은 가려져야만 부끄러움도 덜어낼 것만 같고, 온전하지 못했으니까?, 하는 핑계라도 남기지 않겠는가.
아팠다. 부스스 산발한 몰골의 아픈 놈이야 몸뚱이가 아팠고, 그런 녀석을 바라보는 사람들이야 마음이 아팠다. 갈팡질팡 헤매던 걸음이 마침내 더는 겉돌 수 없는 시간에 마주한 얼굴들은 아픔이었다. 아파서 아팠고, 바라봄이 아팠다 했다. 살아온 세월에 매달린 인연이야 인연의 줄기만큼 콕콕 쑤시고야 말겠지. 데면 데면 지나칠 사람이라면 어디 인연이라 말할 수 있을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가 아프다.
"형은 너 잘못될까 싶어서 밤새도록 울었어 인마!"
늙은 맏형의 일갈이 가슴을 후벼 파고야 만다. 어쩌랴, 못남이 나도 아플 뿐.
구급차의 요란한 경적이 어둠을 갈랐다. 꼬리를 물고서 마치 뱀처럼 한 몸뚱이로 기어가는 자동차의 행렬을 베었다. 촌각을 다투는 것은 분명 아니었지만 무릇 구급차는 그래야만 한다는 듯 거리를 뛰어넘고 행렬을 잘랐다. 응급실에서 또 다른 응급실로 휴일은 그렇게 저물었다. 밤새 안녕이라 했듯 어제가 오늘이 됨을 확신할 수 없는 게 또한 인생일 터다. 그랬다지 않은가? 저승이 어디더냐? 물었더니 대문 밖이 저승이라.... 선택은 내 몫이 아니었다. 다만, 마당을 가로지르는 댓돌들이 발목을 잡았다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