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라니요?

by 이봄

겨울인가 봅니다. 저녁부터 한파가 몰려온다고 여간 방정을 떠는 게 아닙니다. 가을이 깊으니 겨울이 올 밖에요. 어제까지 추적거리던 비도 이내 눈으로 변해 나풀거릴 터입니다. 부는 바람결에 나비도 되고 고운 솜뭉치도 되겠지요. 겨울입니다. 뜨겁고 따뜻한 것이 그리울 테고 찬바람에 저미는 가슴은 몹시나 시릴 겁니다.


그런다고 하잖아요. 여름 내내 땀 흘려 준비한 개미는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철이 다 지나도록 노래만 부르던 베짱이는 동냥 바가지 받쳐 들고 오들오들 떨었다잖아요. 겨울이 올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갑작스러운 한파는 늘 느닷없게 마련인가 봅니다.

춥고 배고프면 영락없이 그리움도 커지고 후회도 밀물처럼 밀려들고야 맙니다. 미리미리 진작에 그런 마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버스는 떠나고 목소리는 버스를 따라잡지 못할 때쯤 어쩌자고 그런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밉상이지요.


모진 한파 속에서도 푸르러 당당한 고집 하나쯤 간직한다면 동태가 되면 또 어떨까요. 이도 저도 아닌 알량함 하나 짚신짝 벗어던지듯 팽개치고서 어쩌자고 그립다느니 어쩌느니 말을 주워 삼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거 있잖아요. 이왕 죽을 거라면 꽥하고 소리라도 한 번 내지르는 호기라도 부려야 하잖아요. 홑 적삼 풀어헤치고 북풍한설에 호령이라도 한 번 부렸으면 좋겠다 싶은 겨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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