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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지 Dec 01. 2016

기다림

VERY MERRY CHRISTMAS


사람은 기다리는 행위에서 어떤 감정을 느낄까?



지루함, 힘겨움, 초조함과 쓸쓸함.

그리고 기다림이 끝난 후의 성취감과 기쁨, 해방감.






'기다림'이란 단어는 대개 쓸쓸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직도 단어 자체만으로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과 함께 외로운 뒷모습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즐거운 기다 존재 한다. 즐거운 기다림는 불안 대신 기대감과 설렘이 함께 한다. 12월-, 떠올리기만 해도 붉고 흥겨운 이 계절을 따라 요즘 나는 즐거운 기다림의 무드에 한껏 빠져있다.



Brisbane, AU (2016)



별다른 명절이 없는 호주에서는 크리스마스가 한 해 최대의 행사란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스럽다 싶을 정도로 크리스마스에 정성을 쏟는 사람들이 많다. 9월엔 벌써 커다란 크리스마스 샵이 문을 열었고, 11월 초부터는 주말마다 퍼레이드 행사가 열리더니, 지난주부터는 하루 온종일 캐럴이 울리기 시작했다. 쇼핑센터 전체가 온갖 장식과 팝업스토어로 부산스러워졌고 카페 또한 구석구석 산타와 반짝이는 조명, 작은 장식품들로 화려해졌다. 도대체 어디서 구해오는지 모르겠지만 낸시는 매번 새로운 장식품을 가져오고 나는 그녀와 함께 그 앙증맞은 것들을 놓을 자리를 물색한다. 오늘도 산타 하나를 포스(POS) 위에 올렸다 에스프레소 머신 위에 올렸다 하다가 결국 음료 디스펜서 위에 붙여두고 짝짝, 손뼉을 치곤 배시시 웃었다. 붉은 리본과 반짝이 조명, 늘어가는 오너먼트(ornament), 고개를 돌릴 때 마다 마주치는 열 댓명의 산타자주 웃음이 나는 날들이다.












지난 휴무엔 시내에 다녀왔다. 골목마다 쇼윈도를 가득 채운 아기자기한 소품들에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친구와 나는 그걸 '예쁜 쓰레기'라고 부르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이나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결 기쁜 마음으로 잡하고 예쁜 것을 가득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것으로부터 내가 사들인 것은

설렘과 기쁨이었다.



테일러가 대학에서 하는 파티에 놀러 오라고도 했고, 누군가는 바비큐 파티를 하자고도했고, 누구는 어디에 놀러 가자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아마 올해 크리스마스도 언제나처럼 별다른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즐겁게 기다린다는 사실.


어쩌면 우리는 크리스마스보다도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기다리는 이 시간과 마음 때문에

그 날을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아직도 즐거운 기다림의 시간이 많이 남았다.

이대로라면- 끝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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