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植物도感 - ① 딱총나무
딱총. '종이에 싼 화약을 부딪히거나 힘을 가해 터지도록 하는 장난감 총'이다. 이 걸로 빵야빵야 하면 딱총놀이. 근데 장난감에 실제 화약을 사용했을까? 그럴 수 있다. 장난과 사실의 차이는 늘 종이 한 장이니까. 가끔 작고 연약한 무엇을 부러뜨리거나 터뜨릴 때, 예상치 않게 큰 소리가 나 깜짝 놀라곤 한다. 오프너를 맥주병 뚜껑에다 대고, 손목에 스냅을 주면 뻥! 화려한 솜씨로 좌중을 놀라게 했던 친구가 그랬다. 그 만족스러운 표정이란.
딱총나무를 보고 친구의 표정이 생각난 것은, 딱총나무 역시 가지를 꺾으면 딱하고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냅이 부족한지 내가 부러뜨려 본 가지에서는 소리가 잘 나지 않았다. 생 나무로 여러 차례 연습을 하는 것도 그렇고 해서 관뒀지만, 약간 실망이었다. 물푸레나무 가지를 꺾어 과연 푸른 물이 빠져나올까 하며 실험해 봤을 때의 그 정도 실망.
하지만 한여름 붉게 익은 딱총나무 열매는 사소한 실망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좋다. 총상꽃차례의 전형대로 주렁주렁 붉은 그것. 무성한 흰 꽃 진 다음 저리 빨갛게 매달리는 것이 감탄이다. 딱총나무는 커봤자 어른 키만 한 관목으로 꽃과 열매를 바로 보며 관찰하기도 쉽다. 내가 종종 가는 숲에서는 흔치는 않지만 딱히 어렵지도 않게 만난다.
잎은 마주난다. 벚나무 잎처럼 끝이 뾰족하고 , 만져보고 싶은 잔잔한 거치가 있다. 그렇게 전체적으로는 단정하고 깔끔한 복엽이다. 비 오는 날 채도가 듬뿍 올라간 붉은 열매와 짙푸른 잎을 보고 나면, 여운이 좀 길다. 봄철 새로 오르는 잎도 만만치 않다. 씨앗이 떨어져 땅에서 막 싹을 틔우는 어린나무는 더 예쁘다. 잘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풀(초본) 같기도 하다. 다 자란 딱총나무가 많은 곳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갓 피어난 어린싹들은 뭐든 아름답다.
온라인에는 숲 속 딱총나무의 모습에서 알 수 없었던 신기한 사실도 있다. 접골목? '정형외과'라는 말이 없었던 시절 '접골원'이라는 게 있었다. 우리 동네도 유명한 유도 도장 옆에 이 접골원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은 없었지만, 한문으로 쓴 간판을 내건 그 문 안이 항상 궁금했던 기억만 남아있다. 처음으로 뼈가 부러진 건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후였다. 접골원은 말 그대로 (부러진) 뼈를 붙이는 곳이다. '조산원', '안마원', '침술원' 같은 지금은 사라진 단어들과 형제자매 같다. 오래된 이 낱말 시리즈에 약간이라도 향수가 있다면, 그럭저럭 연식이 있는 사람일 거다. '깁스'도 없었던 시절에는 한의원에서는 딱총나무를 처방한 모양이다. 여러 가지 약재와 함께 딱총나무 뿌리며 가지를 다려서 먹었겠지. 맛이 궁금하다.
딱총나무 가지를 부러뜨리면 딱하고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는 이유는 그 속이 비어있기 때문이다. 관목 중에는 가지 속에 빈 나무들이 종종 있다. 대표적으로 개나리는 비어있고, 산개나리는 차 있다. 하지만 개나리 가지를 부러뜨렸을 때 터지는 큰 소리가 난다거나 하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딱총나무가 역시 최고인 듯. 근데 풀도 아닌 것이 가지 속이 빈 것은 왜 일까. 파브르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빈 게 아니라 공기가 차 있는 거라고나 할까.
"세포의 어떤 종류 가령 딱총나무의 늙은 껍질 세포는 공기밖에 머금고 있지 않다. 또한 다른 어떤 종류는 맑은 물과 거의 다름없는 액체로 차 있다. 소나무는 니스 같은, 벚나무는 고무 같은, 청포도는 떫은 액을, 무화과의 껍질은 유액을 무화과의 엷은 꿀 같은 시럽을, 감자는 녹말을, 올리브나무의 껍질은 향료를 호도와 올리브의 열매는 기름방울을, 버섯의 어떤 종류는 무서운 독을 머금고 있다. 그리고 모든 잎은 녹색의 과립을, 모든 꽃은 빨강, 노랑, 파랑의 색소를 머금고 있다."(파브르 식물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