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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밀라 May 07. 2022

전세에 대기업 다니는 김대리 이야기 #3.

박 대리 편.

오전 10시 30분. 

모니터 하단 사내 메신저 창이 반짝반짝거린다. 여러 명으로부터 메신저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늘 점심 뭐 먹어?' 임 과장님이다. 과자를 그렇게 먹고도 점심메뉴에 스타트를 끊으신다.


'임 과장님 즉석떡볶이 어때요? 저번에 갔다가 줄만 서고 못 먹은데 있잖아요. 거기 진짜 맛나다던데' 

떡볶이에 환장한 하대리다. 하대리는 맨날 떡볶이 타령이다.


'오늘은 철판 볶음밥 어때요? 먹고 그 앞에 새로 생긴 카페 가봐요~ 저 할인쿠폰 받아뒀어요.'  쿠폰 요정 박 대리다.


김대리는 뭐든 다 좋다. 어차피 점심은 많이 안 먹는다. 몸매 관리도 해야 하고. 사실 점심 메뉴보다는 점심에 수다 떨며 차 한잔 마시는 그 시간이 좋다. 맛있는 것도 먹고 수다도 떨고 업무 스트레스도 풀고. 언제나 느끼지만 회사 점심시간은 너무 짧다. 회사에 나와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 점심시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오전부터 계획을 세운다. 단 1분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그리고 돌아가면서 한 명씩 좀 일찍 나가서 줄을 선다. 치열한 점심시간에 미리 식당 자리를 확보해둬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쿠폰 요정 박 대리가 가보고 싶다는 철판 볶음밥 집에 가보기로 한다. 사실 쿠폰 요정 박 대리는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술을 좋아하는 쿠폰 요정 박 대리는 술값은 안 아끼는데(안주값은 아낀다) 식사값은 아까워한다. 사실 모든 비용을 아까워한다. 그래서 항상 지갑에 각종 쿠폰, 할인카드가 엄청 많다. 나중에 회사를 관두면 할인카드 가입 권유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맙소사. 할인카드, 할인쿠폰 찬양론자다. 


박 대리는 돈을 아껴 쓰지만 동료들에게 인색하지는 않다. 

야무지진 못해서 저게 할인의 효과가 있는 게 맞나 싶을 때가 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출근하는데 오전에 박 대리가 활짝 웃으며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이게 뭔지 아세요? 손에 명함 크기만 한 종이를 꺼내 들며 말한다.


"뭔데?" 임 과장이 묻는다.


"파스타집 옆에 디저트 아이스크림 집이 생겼는데요 거기 할인쿠폰이에요. 제가 평상시에 할인 카드만 사용하는데 한 개의 카드가 사용액이 모자라요. 30만 원 채워야 하는데. 오늘 점심 먹고 후식은 이 아이스크림집으로 가요. 제가 쏠게요. 이 할인쿠폰과 제 할인카드를 이용해서 말이지요" 하고 좋다고 웃는다. 


"어이, 박 대리! 남는 장사 맞아?" 뭔가 이상한 계산식이라는 듯 임 과장이 되묻는다. 우린 그런 쿠폰 요정 박 대리를 보며 어이없어 웃는다. 돈을 아끼고 싶은 건지 할인카드와 할인쿠폰을 쓰며 희열을 느끼는 건지. 어리숙하지만 악의는 없는 박 대리다. 근데 일도 저런 식으로 해서 속이 터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박 대리의 소확행은 할인쿠폰이나 할인카드를 이용해서 얼마나 아꼈는지 확인하는 거다. 예를 들어 점심 먹고 있는데 초등학교 5학년인 박 대리 딸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 나 편의점에서 뭐 좀 사 먹고 싶은데 카드로 사 먹어도 돼?"


"안돼! 기다려봐. 엄마가 편의점 사용쿠폰 사서 바로 보내줄 테니까 그걸로 써."


김대리는 편의점에서 쓸 수 있는 사용쿠폰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뭔가 하고 보니 금액별로 충전해서

사용하면 일정액을 추가로 더 충전해주는 구조다. 예를 들어 1만 원을 충전하면 1만 천원이 충전되는 식이다. 

에효. 그걸 바로 사 먹지 못하게 하고 점심 먹다가 갑자기 편의점 사용쿠폰을 사서 딸에게 보낸다.

1000원을 아낄 수 있었다며 엄청 뿌듯해하는 박 대리.

임 과장, 김대리, 하대리는 졌다는 듯 머리를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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