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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용 Jun 10. 2016

자이언티가 말하는 아름다움의 두 종류

무방비의 아름다움


사람의 아름다움을 편의상 두 가지로 나눈다 치자. 하나는 원래의 자신에 뭔가 꾸밈을 붙여서 더 예뻐지는 것이다. 등식으로 치면 나+@=아름다움이다. 우리가 온갖 것을 참고하며 옷을 입어서 내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가리는 것, 비슷한 이유와 방식으로 머리를 하는 것, <뷰티톡>같은 매체가 존재하는 것, 더 나아가 큰 용기를 내서 미용 성형수술을 하는 것도 이런 식의 아름다움을 위해서다.


‘내면의 미’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자를 비난하는 남자들이 있다. 내면의 미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사랑의 회전초밥집 같은 대도시에서 진짜 나를 보여주려면 어느 정도는 남이 보는 외모를 가꿔야 할 지도 모른다. 세상의 이치에 굴복한 아저씨 같은 이야기라 미안해요. 그래도 소녀 여러분 역시 부인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자이언티의 ‘노 메이크 업’은 꾸민 여자를 칭찬하며 시작한다. ‘진하게 화장을 하고/예쁘게 머리를 하고/오늘도 집을 나서는 너 예뻐’ 그래 이거 예쁘다. 더 아름다워 지고자 하는 건 더 나아지겠다는 인간의 숭고한 본능과도 닿아 있다. 어려운 말을 다 떠나서 이러니 저러니 해도 치장은 즐거운 것 해도해도 또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자이언티는 ‘벗’ 이라고 말하며 말을 잠깐 돌린다. 


사람의 아름다움이 또 하나 있다. 자이언티가 후렴 끝에서 ‘노 메이크 업일 때 제일 예쁜 너’라고 할 때의 그 종류다. 이게 뭐가 예쁘냐 싶을 수 있다. 아름다움-@=나 인데. 그런데 우리는 하나의 성인이 될수록 저 @를 떼기 어려워진다. 치장이 좋아도 늘 좋을 순 없다. 화장은 나의 치장일 뿐 아니라 어느 정도는 현대사회의 에티켓이기도 하다.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건 점점 힘들어진다. 


그러므로 자연스러운 서로를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연인의 자연스러운 순간 안에는 기분 좋은 익숙함과 신뢰가 있다. 꾸미는 아름다움은 말하자면 채점하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에 채점하며 가치를 매길 수는 없다. 안 꾸민 아름다움은 채점을 떠나 네게만 보여주는 것이다. 화장을 지우고 내 품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는 너의 안심과 신뢰가, 그 기분 좋은 감정이 뭉치고 쌓인 관계가 정말 아름다운 것 아닐까. 


글의 결론은 ‘내 진짜 모습을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세요’라고 하고 싶지만 소녀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평생 정말 내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지 못하거나 사랑 받지 못하는 채로 살아야 할 수도 있는 게 냉정한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정말 소중한 사랑은 찾기 힘든 게 당연하다는 자세로 지내는 걸 권하고 싶다. 정말 제대로 된 연인을 만나지 못한다 해도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 그런 연인이 있다면 더 소중히 여기시라고도 권하고 싶다. 자이언티 같은 음색으로 성공할 확률만큼이나 낮은 행운을 잡으신 거니까. 



앱 매거진 <뷰티톡>에 연재하는 원고를 여기 옮겨 둡니다. 노래 가사를 빌어 말하는 일종의 연애 칼럼입니다. 어떤 형태의 지적이든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 브런치에는 연재 시점의 2주 후인 매주 금요일에 원고가 올라갑니다. <뷰티톡>은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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