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맞은 것처럼, 아랫배가 너무 아파
새벽 두 시에 깼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다시 자려고 누웠는데, 왼쪽 아랫배가 쿡쿡 쑤신다. 배를 꾸욱꾹 누르는 것 같기도 하다. 아픈 부위에 둥글고 딱딱한 게 만져진다. 배가 뭉친 걸까(임산부의 배 뭉침 = 자궁수축 = 큰일. 자궁이 규칙적으로 수축한다면 출산, 혹은 조산이나 유산이 임박했다는 뜻이다.). 아니면 아기 머리가 여기를 밀어서 아픈 걸까. 허리까지 아파서 옆으로 돌아누웠더니 이번에는 왼쪽 허벅지가 쑤신다. 갑자기 사타구니도 아프다. 낮부터 왼쪽 여기저기가 아프던 중에 겨우 잠든 참이었다. 누워도 앉아도 일어서도 아프다. 후하후하 숨을 쉬어본다. 진통제를 먹어도 되려나. 의사 선생님이 두 시간 이상 아프면 병원에 오라고 했는데 지금이라도 응급실에 가야 하나.
고민하는 중에 창밖이 벌게지기 시작했다. 비척비척 일어나 물을 한 컵 마시고는 부엌 바닥에 퍼질러 앉았다. 해가 뜨고 있다. 대체 몇 시간째 아픈 거야. 너무하다, 진짜. 내 몸을 견디다 지쳐서 윽윽 작게 울었다. 자다 깬 남편이 무슨 일인가 싶어 부엌으로 왔다. 그 앞에서 으엉 울음을 놓았다.
이전에 다니던 산부인과가 문 여는 시각에 맞춰 오픈런을 했다. 배가 아파서 일단 가까운 곳에 왔다고 했더니 어떤 아픔인지를 묻는다. 아픔의 형태를 서술하는 건 매번 난감하다. 풀벌레 울음소리를 글자로 써보려는 시도만큼이나.
“(가만있자... 아랫배가 계속 아프니까...) 생리통처럼요.”
아무래도 평이한 서술에 실패한 모양이다. 분위기가 급박해졌다. 진료 전에 혈액 검사와 자궁 수축 검사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왼팔 혈관에서 피를 뽑고 나서 태동 검사실에 누웠다. 배꼽 아래에 동그랗고 납작한 기구를 벨트로 고정하고, 침대 옆 모니터가 자궁 수축 상태를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걸 지켜보았다.
검사 기록에다 초음파까지 보고 나서 의사 선생님께서 ‘근종통’이라고 말씀하셨다. 임신 전부터 있었던 자궁근종이 원인인가 보다. 자궁이 커지면서 근종이 변성되어 아픈 것인데, 통증 때문에 자궁이 수축하여 진통(이런! 아기가 나온다!)이 올 수 있으니 바로 입원해야 한다고 하셨다. 지금 다니는 대학병원에 가지고 갈 서류에 ‘근종통으로 인한 조기 진통’이라는 무서운 문구가 새겨졌다.
당장 대학병원에 예약하고, 급히 입원 가방을 쌌다. 빵빵한 가방과 함께 병원으로 달렸다. 혈액 검사와 자궁 수축 검사를 다시 했다. 제발 조기 진통이 아니길 빌었다. 37주 이전에 낳으면 조산이다. 28주 이전이라면 아기의 생존 가능성 자체가 낮다.
검사 결과, 다행히 자궁 수축이 심하지 않아서 조기 진통까지는 안 갈 것 같다고 하셨다. 입원을 거절당한 건 기뻤으나 그 와중에도 배는 계속 아팠다. 진통제 먹어도 되는지 소심하게 물었더니 하루 세 알까지는 괜찮단다. 휴. 제약회사 관계자분들, 복 받으세요.
집에 와서 ‘임신 중 자궁근종 통증’을 검색했다. 염증 수치가 높고 통증이 심하면 입원해서 항생제와 진통제를 맞는데, 통증이 안 잡히면 마약성 진통제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에이, 그래도 임신 중에 마약성은 무슨... 이라고 생각했다가 드라마에서 보던 시한부 환자에 빙의해서 몇 번이나 손을 덜덜 떨며 진통제를 찾아 삼켰다. 선명한 아픔이 잦아드는 데 나흘이 걸렸다.
여전히 근종이 건재해서 언제 다시 아플지 모르지만, 자궁에 아기가 같이 있어서 제거 수술을 받을 수가 없다. 또 아프면 또 손 떨면서 진통제 삼키고 버티는 수밖에 없지. 조기 진통이 아니라 고작 근종통인 걸 감사해야 하는 거겠지. 거참. 엄마라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