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좋아하니 당근 나 사랑하니 당근
“오고 계신가요? 도착 5분 전에 미리 알려주세요!”
“시간 맞춰 도착할 것 같아요.”
“네네.”
“정문 경비실 앞입니다~”
“저 내려가는 중이에요.”
“새 수건이라 한 번 세탁하고 쓰시면 될 거예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하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조심히 가세요 :)”
방금 중고 마켓 앱 채팅창으로 주고받은 대화다. 작아진 배냇슈트 네 벌을 받고, 새 수건을 한 장 드리고 왔다. 신세기 물물교환의 현장이다.
마침내 들어선 육아용품의 세계는 방대하고도 사치스러웠다. 병원에서 조리원으로 이동할 때와 조리원에서 집으로 올 때 딱 두 번 쓴다는 신생아 바구니 카시트가 이십만 원이 넘고, 길어야 반년 쓸 수 있는 아기침대도 삼십만 원 가까이, 뒤집기 시작하면 처분해야 하는 기저귀갈이대가 십만 원, 아이 업을 때 쓰는 ‘포대기’의 변형 버전인 힙시트 아기띠도 삼십만 원... 옷을 사두어도 아기가 입어줄지 거부할지 알 수 없고, 어른용보다 훨씬 비싼 바디워시나 로션도 아기 피부에 맞을지 아닐지, 젖병조차 어느 브랜드 제품을 물어줄지 모른다.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당연함. 아직 말을 못 함.) 자꾸 뱉어버리는 쪽쪽이를 내가 물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므로 아기가 거부하거나 작아진 물건들은 고스란히 쓰레기로 쌓인다. 지구와 지갑 모두에게 석고대죄할 일이다.
이쯤에서 히어로의 등장. 중고 마켓이 나설 타이밍이다. 잠깐 쓰고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신생아 용품들과 아기가 쑥쑥 커서 금세 작아져 버린 물건들, 영문도 모른 채 아기에게 거절당한 육아용품들이 거기 모여 부활할 준비를 한다.
나 또한 중고 마켓의 활약에 기꺼이 가세했다. 앞에서 언급한 물품들을 예로 들자면, 바구니 카시트와 기저귀갈이대를 무료로 받았고, 아기침대를 범퍼가드와 자동 모빌과 바운서와 수유시트까지 묶어서 오만 원에, 힙시트 아기띠를 포함해 아기띠 네 개를 사만 칠천 원에 구했다. 그 외에도 아기 욕조, 분유 제조기, 젖병소독기, 수유 의자, 원형 러그, 휴대용 아기침대 등 깨끗한 중고 물품들이 하나씩 집에 들어오는 중이다. 돌고 돌아 우리 집까지 온 물건들은 그동안 몇 명의 아기를 키워냈을까. 최초의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자원순환 시스템에 나도 모르는 새 동참하고 있다. 으쓱.
내일도 나는 걷기 운동을 겸하여 중고 마켓에서 구입한 물건을 받으러 갈 예정이다. 같은 시간을 겪을 뒷사람을 위한 위로와 응원을 사면서 동시대에 부모로 사는 이들끼리의 연대를 확인한다. ‘산다(live)’라는 단어와 ‘산다(buy)’라는 단어가 같은 형태인 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