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인생 한 달. 신생아 관찰기

43.5cm 짜리 나의 우주

by 시애

1. 출생 직후부터 한 달까지의 아기를 ‘신생아’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newborn’, 우리말로 ‘갓난아기’, 경상도 사투리로는 ‘가늘라’.


2. 신생아의 똥은 팔락 파니르(시금치와 치즈로 만든 인도 커리)와 몹시 흡사하다. 색깔도, 질감도. 간혹 치킨 티카 마살라(역시나 인도 커리. 토마토퓌레와 크림으로 만든 소스에 치킨이 들어갑니다.)스러워질 때도 있다.


3. 종이 기저귀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찍찍이 밴드로 붙이는 밴드형과 팬티처럼 입을 수 있는 팬티형. 신생아는 하루에 열 개가 넘는 밴드형 기저귀를 쓴다.


4. 기저귀를 입힐 때는 배꼽을 덮지 않도록 한다.


5. 탯줄이 떨어지기 전에는 배꼽과 연결된 탯줄에 플라스틱 집게가 집혀 있다. 봉지 과자가 눅눅해지는 걸 막는 집게의 작은 버전 같이 생긴 하늘색 집게다.


6. 최근에는 탯줄이 떨어진 자리(=배꼽)를 알코올로 소독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아기 엉덩이에도 ‘분가루’를 쓰지 않는다. 알코올은 아기 피부에, ‘분가루’ 등의 파우더 제품은 호흡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7. 배가 고프면 눈썹이 빨개진다. 정확히는 눈썹 아래 피부가.


8. 신생아는 두 시간 혹은 세 시간마다 60~90ml 정도의 모유나 분유를 먹는다. 자판기 커피 한 잔도 안 되는 양을 먹겠다고 두세 시간마다 세상이 끝난 것처럼 운다.


9. 분유만 먹는 경우,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에 분유를 한 통씩 해치운다. 분유는 자판기 우유맛 비슷한데, 물에 타면 좀 비릿하다.


10. 변비일 때는 분유를 진하게, 설사일 때는 분유를 연하게 먹여야 한다.


11. 수분 섭취가 부족해서 변비가 아니냐고요? 신생아는 순수한 물을 못 마셔요. 생후 6개월 이후에 끓였다 식힌 물을 마실 수 있다. 이유식도 그때 시작한다.


12. 모유만 먹는 경우, 아기는 두 시간에 한 번씩 배가 고프다. 한 번 먹을 때 30분 동안 먹고, 30분 동안 트림을 하고 잔다. 엄마는 한 시간 후에 다시 한 시간 동안 젖을 물리고 트림을 시켜야 한다.


13. 트림을 시키지 않으면 먹은 걸 게워낸다. 코로도 막 나온다.


14. 배부르면 자기 시작. 기상천외한 소리를 내고 온갖 표정을 지으면서 굽히는 마른오징어처럼 몸을 비튼다. 자는 거 맞다. 간혹 눈도 뜬다. 딸꾹질을 하거나 잠깐 울기도 한다. 진짜 자는 거 맞다.


15. 체온 조절 능력이 미숙해서 추우면 바로 딸꾹질을 한다.


16. 기저귀를 가는 스피드가 중요하다. 뚝딱대는 순간, 바로 딸꾹질을 시작한다.


17. 목욕은 더 그렇다. 10분 컷.


18. 대부분의 시간을 속싸개로 꽁꽁 싸둔다. 갑자기 태어나서 혼자 힘으로 호흡하고 소화하고 배설해야 하는 게 힘들어서 엄마의 좁은 자궁에 끼어 편히 살던 때를 그리워하니까. 그리고 허우적대는 자기 팔에 스스로 놀라니까. 아직 자기 팔다리가 제 것인지 모른다.


19. 아기가 놀랐을 때 무언가 껴안듯이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는 것을 ‘모로반사’라고 한다. 놀라서 모로반사를 하고는, 모로반사 중인 팔다리에 본인이 놀라 대성통곡한다.


20. 안고 있던 아기를 바닥에 내려놓았을 때 우는 것을 흔히 ‘등 센서’라고 부른다. 감히 내 등을 바닥에 내려놓다니 울어버리겠다! 신생아가 모로반사와 등 센서를 탑재한 까닭은 코알라를 생각하면 된다. 아기코알라는 놀랄 일이 생기면 어미를 더 꽉 껴안아야 한다. 등이 땅에 닿는 사태에는 필사적으로 어미를 찾아 울어야 한다.


21. 신생아의 손으로는 내 손가락 하나도 제대로 쥘 수 없다.


22. 그런데 난 저 좁쌀 크기의 손톱을 깎아줘야 하지...


23. 미친 비율. 아무리 팔을 힘껏 뻗어도 정수리까지 손이 닿지 않는다. 무슨 소린가 싶다면 '만세' 한 번 해보시라.


24. 태어날 때부터 머리카락이 길다. 제법.


25. 팔과 다리를 잔뜩 구부리고 주먹을 꽉 쥔 게 기본자세.


26. 신생아용 배냇저고리는 한복 치마처럼 끈으로 여미는 옷이다. 아직 고개를 가눌 수 없어서 티셔츠 형태의 옷을 입기 어렵다.


27. 아직 입으로 숨 쉬는 법을 몰라 코로만 숨을 쉰다.


28. 그러므로 코딱지가 생기면 재빨리 제거해야 한다. 콧구멍은 후추알 크기인데, 딸려 나오는 코딱지 크기는 어마어마하다.


29. 아기 입은 세모나다. 고양이 캐릭터처럼.


30. “쉬~~~”라는 소리를 들으면 편안해한다. 조용히 하라고 할 때의 그 소리 맞다. 바스락거리는 비닐 소리도 좋아한다. 비닐 소리 나는 아기 장난감들이 많다.


31. 자궁에 넣고 엄마가 걸어 다니던 기억이 있어 천천히 흔들어 주는 것도 좋아한다.


32. 달랠 때 등이나 엉덩이를 토닥이는 까닭은 태아 시절에 엄마 심장 박동을 느끼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33. 그래서 아기는 지금 나를 인간 쪽쪽이에다 동요 주크박스 겸 바운서이자 자동 안마기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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