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인생 두 달. 알

먹어주시옵소서, 제발

by 시애

젖을 잘 무는 기특한 아기였다. 야무지게 젖을 문다며 조리원에 계시던 분들이 귀여워하셨다. 자기가 원하는 걸 잘 표현하는 똑똑한 아기라는 칭찬을 내내 들었다. 그러다 조리원을 나오는 날, 부원장님이 말씀하셨다. 식탐이 많은 아기니까 먹을 시간이 아닐 때는 쪽쪽이를 물리세요.



그날 밤, 처음으로 아기와 같은 방에서 밤을 보내며 재빨리 알아챘다. 표현을 잘하는 아기라는 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우렁차게 잘 우는 아기라는 걸 순화한 말이로구나. 이렇게나 세상 억울하게 울다니. 너, 조금 전에 먹었잖아.



아기는 먹성이 좋은데 나는 모유량이 너무 적었다. 양쪽 젖을 5분씩 에피타이저로 먹인 후에 본격적인 식사로 분유를 먹었다. 유난히 작고 유달리 목청이 좋은 아기는 세 시간마다 허겁지겁 젖병을 비웠고 새벽마다 빨간 얼굴을 구기며 울었다. 신생아가 이렇게 덜 자도 되는지 걱정될 정도로 오래 울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제 양보다 많이 먹고 배가 아파 우는 건지도 몰라서 분유를 더 줘서 달래기도 애매했다. 초보 엄마는 어설프게 아기 배를 쓸어 보았고, 초보 아빠는 애꿎은 기저귀만 갈고 또 갈았다.






어느 날부터 배고프다는 울음소리가 바뀌었다. 당김음으로 “응애애애애애!”하고 울던 강성울음이 “응애이 알~”이나 “알!”하는 짜증 섞인 칭얼거림으로. 울음소리의 데시벨이 낮아지면서 밤에도 제법 잘 자기 시작했다. 네다섯 시간을 내리 자는 바람에 탈수 올까 걱정되어 깨워서 먹여야 할 정도였다.



그렇게 잘 자는 아기로 거듭난 이후... 먹질 않았다. 모유만 먹고는 젖병을 혀로 밀어냈다. 그러고는 나오지 않는 젖을 물고 있다가 화가 나서 젖꼭지도 뱉어버리고 알 알 울었다. 배고파요, 알 알. 애가 타서 분유를 먹이려고 하면 삼키지 않고 줄줄 뱉어버렸다. 내 새끼 배에 들어가는 게 없으니 속이 바작바작 탔다.



아기가 울다 지쳐 잠들면 스마트폰을 붙잡고 검색을 거듭했다. 너무나 많은 전문가와 경험담들이 있었다. 어느 글이 우리 아기 상황에 들어맞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세 시간, 네 시간마다 깨워서 먹이려고 애쓰던 걸 그만뒀다. 두 시간이든 다섯 시간이든 아기가 실컷 자고 일어나서 젖병을 물어주기를 기다렸다. 젖이 모자란다며 울다가 젖병을 힐끗 보고 자버리는 아기를 지켜보았다. 아기, 왜 먹지를 않니. 줄 수 있는 게 분유밖에 없어. 가진 거라곤 이 젖병밖에 없다고.



검색 중에 모유와 분유를 동시에 먹으면 크면서 둘 중 하나를 거부할 수 있다는 글을 보았다. 후회했다. 아기가 감각이 발달하고 선호가 생기기 전에, 신생아 시절에 모유를 끊었어야 했구나. 초유만 먹이거나 한 달만 먹이고 단유하는 엄마들이 그래서 그랬던 거였구나.



모유와 분유 중 하나를 고른다면 분유가 되어야 한다. 터무니없이 적은 내 젖으로는 아기 배를 채울 수 없으니까. 단유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나니, 아기가 젖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났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젖을 찾아 앙 무는 게, 입술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젖을 빠는 게, 젖을 먹다가 입맛을 다시고 잠드는 게 너무 사랑스러워서. 다시 볼 수 없을 순간이 눈앞에서 지나가는 게 아쉽고 안타까워서.





단유할 결심을 굳게 한 후에 모유 에피타이저를 끊고 성실하게 분유를 먹였... 더니, 어라, 먹는다! 동네 사람들! 우리 아기가 분유를 먹어요! 먹어줘서 고마워, 하면서 젖병을 들고 있는 나를 보고 남편이 웃으며 물었다 평생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저자세로 나와본 적 있니. 저자세가 아니라 하루에 여덟 번씩 춤이라도 출 수 있어. 아기가 제대로 먹어만 준다면. 물론 지금도 매일 혼자 아기 앞에서 세기의 동요 쑈쑈쑈 정기 공연을 펼치고 있긴 한데.



갑자기 젖병을 밀어냈던 것처럼 아기는 갑자기 식사 시간마다 분유를 꿀떡꿀떡 삼키기 시작했다. 분유병을 완병하고 나서도 계속 모자란 건지, 아니면 이제 디저트라 여기는 건지 젖을 찾았다. 먹고 싶어요, 알 알 아르. 나를 보면 옹알이를 하며 협상을 시도했다. 헤- 헤에- 알! 그래, 아기, 엄마랑 알 하자. 엄마도 아기가 좋아하는 젖 계속 줄게. 단유 계획은 전격 취소다!






그렇게 열심히 양껏 먹은 후에 울컥 주르르르르륵 토하는 날들이 시작되었다. 아니, 신생아 시절에도 토하지 않던 애가 왜 갑자기.



아기에게서 인생을 배운다며, 남편이 다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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