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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윤 Aug 25. 2021

불멍 물멍 등등


굳이 이름 붙이자면 나는 세탁멍을 좋아한다

드럼세탁기가 아닌 통돌이 세탁기여야 한다


세탁실로 내려가는 지하계단

그 입구에선 항상 미세한 세제 향이 흘러나온다


오래된 지하 복도의 스산함과 축축함

하지만 익숙한 삶의 향기가 두려움을 잊게 한다


하얀 형광불빛 아래 돌아가고 있는 세탁기들

작동이 멈추기 전 얼른 동전 하나를 더 집어넣는다


투명한 뚜껑 아래 돌아가고 있는 빨래를

하염없이 쳐다보는 것은 기숙사 생활의 큰 낙이었다


해가 쨍쨍한 날은 건조대도 우르르 나와있다

교정바람에 나부끼며 마르고 있는 이불빨래


어느 날 옷장 정리를 하다 훅 끼친 섬유유연제 향이 그날의 나로 데려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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