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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윤 Sep 24. 2021

오렌지나무 털기


Y 아홉 시부터 여섯 시까지 일을 한다.
문자 그대로 일만 한다.
쉴틈이 없다. 그래서 가끔 스스로 쉬는 시간을 줘야 한다. 사람들이 몇십 명이 대기를 하고 있어도
화장실로 간다.
그렇게 일을 하다 보면 울컥울컥 하는데
그래도 참는다. 왜냐면 Y는 프로니까.
Y는 지난밤 유튜브로 본 것을 상상한다.
스페인의 가로수 오렌지나무를 터는 일을 하고 싶다. 오렌지색 반팔을 입고 나무를 털러 다닌다.
일을 하면서 성인 아토피가 시작되었는데 한 달 정도 물 좋은 온천이 있는 동네에서 쉬고 싶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며 싱싱한 채소로 만든 밥상을 삼십 분 이상 먹고 싶다.
그리고 알람 없이, 엘리베이터 움직이는 소리 없이, 옆집 피아노 소리 없이, 개가 밥 달라고 짖는 소리 없이 자다자다 일어나고 싶다.
Y는 조금만 더 버텨 보기로 한다.
비 내리는 날과 눈 오는 날을 좋아했던 그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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