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둣방이 사라졌다
사라지고 나니 얼마나 작은 공간이었는지 그제서야 실감 난다
요 며칠 전 하얀 컨테이너 박스 사방으로
그동안 감사했습니다가 적혀있었다
평소에도 수많은 손글씨들을 장식해놓는 곳이라
흘깃 본채 무심히 지나갔다
언제 없어진 거지?
분명 오늘 아침 횡단보도를 건널 때만 해도 있었던 것 같은데
저녁이 되고 나니 항상 있던 네모 박스가 없는 것이다
나는 구둣방 주인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가 쓰는 글에 비해 괴팍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들 어떠하리
아가야 울지 마라
어려운 학생 신고 가세요
우산 빌려드립니다
차비 빌려간 사장님 돈 돌려주세요
주인 있습니다
하얀 네모 박스와 삐뚤빼뚤한 검은 글씨들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다
허나 그 네모가 사라진 곳은 정말 작았다
정말이지 너무도 작아서 눈치도 못챌정도였다
사람이 있기에는 너무나도 작은 공간이었다
없어지고 나니 실감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