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길, 비에 젖은 철쭉이 나를 멈춰 세웠다. 여분홍 꽃잎 위에 맺힌 투명한 빗방울 하나,
그 조용한 방울은 마치 울고 난 사람의 눈망울 같았다. 말없이 모든 걸 털어놓고는 더 맑아진, 그런 눈빛,
누군가는 흐린 날씨를 우울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런 날이 좋다. 비가 그치고 나면 꽃은 더 선명해지고 하늘은 더 깊어진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슬픔이 지나간 자리엔 오히려 고요한 단단함이 남는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젖어야 할 때가 있다. 감추려 해도 스며 나오는 눈물, 말로 다 담지 못한 속상함, 떠나보낸 것들에 대한 그리움, 그 모든 걸 안고도, 철쭉은 피어있었다. 오히려 더 곱고 단정하게 빗방울을 조용히 품은 채,
나는 그 꽃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그리고 속삭이듯 되뇌었다.
“울음 뒤에 핀 꽃, 눈물 한 방울이 마음에 닿는다.”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그렇게 피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젖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답게 빛나는 하나의 생명처럼.
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