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큰 에스파 퍼즐을 맞춰봐.

그걸 뺀 만큼 너희를 사랑해

by 박애주





세상에 백 명의 덕후가 있으면 백 가지의 덕질이 있다. 그럼 혼자서 백 가지 덕질을 하는 덕후는 없을까? 당연히 있다. 없다면 지금까지 해온 이 모든 이야기는 시작하지 않았다. 일당백을 하는 넥스트 레벨(Next Level)의 덕후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덕질하는 방법이 백 가지가 넘어가도 혹은 천 개로 조각나 있대도 좋다. 다 하고 싶다.



플레이리스트와 SNS 피드, 엄마 아빠랑 백화점에 쇼핑을 가거나 친구와 편의점에서 간식을 고를 때도. 그리고 이제는 중고거래 어플의 알고리즘까지 최애의 아이돌, 에스파(aespa)로 가득 찼다. 나도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엄마 아빠 친구가 보기에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내게 이 덕질은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수수수-수수께끼이자 퍼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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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어플이 오늘의 추천 상품으로 1000피스짜리 에스파 퍼즐을 보여줬다. 벌써 5년 전, 많은 사람들이 팔을 디귿자로 만드는 포인트 안무를 따라 했던, 대선 개표 방송에도 등장했던, 에스파가 데뷔 6개월 만에 발매한, 에스파 멤버들이 만장일치로 뽑은 그룹의 대표곡이자 에스파의 첫 메가 히트곡이 된, 그리고 내가 멜론에서 가장 많이 들은 에스파 노래인 <Next Level>이 나왔을 때 판매한 굿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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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 같은 속도로 채팅을 보냈다. 판매자도 맞춰본 적 없는 미개봉 새 상품이라 정확한 크기를 모른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후기를 찾아보니 어느 싱가포르 마이(MY)가 올린 판매글이 있었다. 보통 중고 상품과 달리 새 상품보다 다 맞춘 상품의 가격이 더 비쌌다. 퍼즐을 완성하는데 걸린 12시간의 품을 더한 탓이다.



500피스는 몇 시간 정도면 충분히 맞출 수 있지만 1000피스는 시간이 족히 배는 더 걸린다. 퇴근길에 문방구에서 퍼즐 밑판으로 쓸 2절지 크기의 하드보드지를 두 장 사갔다. 엄마 몰래 하려고 퍼즐을 편의점 택배로 배송받은 건데, 나의 이번 사랑은 너무 크고 오래 갈거라 숨길 수가 없다. 엄마가 사서 고생한다고 했다. 중고라 별로 안 비싸게 샀는데도.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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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엄마 말씀은 틀린 적이 없다. 하루가 멀다 하게 봐온 우리 애들 얼굴이라 눈 감고도 맞출 거라 생각했는데, 이 사랑엔 늘 마음이 앞서나 보다. 오늘도 저녁상을 치우자마자 식탁에 앉아 목을 디귿자로 만드는 나를 보고 엄마가 손을 보탰다. 나는 엄마한테 우리 애들 소개하느라 손보다 입이 더 바빴다.



빨간색은 이쪽으로 다 줘. 닝닝(NINGNING)이 머리야. 응, 외국인이야. 하얼빈 사람. 엄마, 그건 카리나 옷 같아. 마칼레나 아니고 카리나(KARINA)야. 어떻게 카리나를 몰라. 아니, 얘는 완전 한국인인걸. 이름이 '유지민'이야. 응? 내 친구 지민이? 잘 지내고 있어. 어제도 연락했어. 웅웅 아랏서, 담에 안부 전해줄게.




제가 유지민 씨의 그 점을 참 좋아합니다, #유지민은봐라 #카리나




거세게 커져가는 퍼즐의 크기만큼 에스파가 선명해진다. 제일 먼저 빨간색으로 염색해서 머리 손상이 넥스트 레벨이었다는 닝닝이를 만났고, 에스파에서 가장 크고 길쭉길쭉한 지젤(GISELLE)의 손을 찾았다. 그다음엔 용맹 백구로 불리던 그 시절 윈터(WINTER)의 눈동자와 입술 왼쪽 아래에 콕 박힌 카리나의 점을 차례로 맞췄다. 역시 에스파는 작게 봐도 좋지만, 이렇게 포토카드 80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73cm x 51cm만큼 크게 봐도 좋다.








그래서 요즘은 계속 블랙 맘바가 만들어 낸 환각 퀘스트를 깨는 중이다. 에스파 친구들의 조각은 거의 다 맞췄지만, 하나도 재미없는 광야 세계관 속의 배경이 그대로 남았다. 윈터가 지난 콘서트 때 스포한 게 맞다면, 에스파 정규 2집 컴백까지 아직 두 달 정도 남았으니 1000점짜리 정답을 내는 것은 조금 미뤄도 될까. 몸이 찌뿌둥한데 오늘은 기분도 전환할 겸 쇠맛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운동을 하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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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마지막 조각을 맞출 수 있겠지. 퍼즐도 덕질도, 내가 더 좋아하는 건 정답을 다 맞히는 것이 아니라, 알 듯 말 듯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인 것 같다. 나는 다음에 어떤 조각을 만나게 될까. 아, 덕질이 퍼즐보다 즐거운 이유를 하나 찾았다. 모든 조각을 맞춘 후에도 이 사랑에는 여전히 다음 단계가 남아있을 거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궁금해, 궁금해 미치겠어.

이다음에 펼칠 스토리, ㅎㅏ!




Next Level - 에스파(aes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