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가 여니에게
아아, 모든 구토하는 것들은 미리 먹어 둔 게 있다.
-<굳센 어느 존재 방식의 기록> 중, 류근 시-
구토와 오심의 원인은 병증에 기인할 수 있으나, 직관적으로 해석하자면 '먹어둔 것들'에 대한 역(逆) 배설입니다. 무슨 연유가 있든 소화해 낼 수 없어 거꾸로 배설하는데, 그것은 미리 먹어둔 것이니까요.
천장골이라는 뼈가 있습니다. 요추와 골반을 이어 주는 부분인데 이곳에 염증이 생기면 보통 강직척추염을 의심합니다. 내 병증의 확진 사항이었다. 과거 낙상으로 요추 압박골절과 천장골 염증성 골절이 의심되곤 했습니다. 본격 치료를 미루고 방 안에서 나는 '뻣뻣한 인간'이 되어 일상을 견디어 내고 있었습니다.
지난 시간들 뻣뻣했던 오만이 제대로 구토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 시간들 재수 없는 인간의 자만과 오욕에 대한 보속의 시간이 계속된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사르트르 <구토>의 로깡텡의 각성까진 아니더라도 존재하는 오늘을 살아 냅니다. 본질이란 필연은 늘 바람 속의 기대일 뿐, 오늘의 실존은 그저 우연의 연속인 것.
속죄하고 반성하는 시간이 되길 기도합니다.
여전히 일상은 버겁지만, 마음은 게워 낸 속처럼 가벼워질 것이라 믿어봅니다.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