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가 여니에게
겨울이 온다 그리고
그 뒤에 봄이 서있다
이 좋은 가을 날 봄을 그린다
후드득 욱여 치는 비둘기의 날갯짓으로
그 광장의 비둘기는 내게 박수를 보낸다
이리저리 잘린 발을 도약 삼아 날 수 있다고
그렇게
이 가을에 봄을 그린다
- 가을에 봄을 그린다 -
가을 논은 추수가 한창입니다.
벼 베고 난 후의 땅은 벼 밑동만 줄지은 채 맨 살을 드러냅니다. 요즘 가을은 봄 같은 가뭄에 미세먼지 가득한 가을이지만, 땅은 봄부터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주고 벌거숭이로 겨울을 맞습니다.
춥고 건조한 겨울바람에 그 맨살마저 쩍쩍 갈라져 갈 것입니다. 아프고 쓰리겠지요. 하지만 늘 같은 속도로 제자리 자전하고 태양주위를 공전하는 이 땅의 집합체 지구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할 것입니다. 그 시간의 힘으로 다시 봄날을 맞아 물을 가득 머금고 파릇한 새싹들을 가슴에 가득 채울 것입니다.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