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가 여니에게
아버지의 변기에는
미안함이란 부스레기가
둥둥 떠있다
가라앉지도 못할 만큼
무겁지도 않은 미안함에
아들은 화장실에
들고 날 때마다
눈길도 없이 물을 내린다
쳐다보지도 못할 만큼
답답함에
그리고
죄송함에
-아버지의 변기 (2011)-
부친이 먼 길 소풍을 떠나신 지도 8년이 되었습니다. 여느 집안도 비슷하다는 흰소리를 핑계 삼아 애증 가득한 부자지간을 나눈 것이 사십여 년. 그중 십 년은 부친의 중동 근로 파견으로, 그리고 이 년은 저의 군대 생활로, 그리고 십 년은 결혼 핑계로 도망친 관계가 되어 정작 함께 나눈 시간은 이 십 년 남짓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린 날 언젠가 존경하는 인물을 물어 오면 부친이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릴 적 이야기이지요. 보증 사고로 이루어 낸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되고 고지식한 성격에 대안이라고 마련한 것도 없이 길바닥에 가족들이 나설 때까지의 옛날에는 말입니다. 그 후 부친은 점점 괴팍한 사람이 되어 갔습니다. 재기를 위해 이리저리 애쓰다 결국 뇌졸중으로 쓰러져 경제적 일 인분을 해내지 못하면서부터 더욱더.
그 고집불통이 참 싫었습니다. 원인제공자가 성질만 내고 있었으니라고 여기며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 간병인도 두 손 두 발 들어, 할 수 없이 매일 밤 간병자로 지내던 그 한창 바쁘던 어느 날 요양병원 병실 내 변기를 보고 다리가 무너질 뻔했습니다. 뒤처리가 되지 않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섭식이 어려워 겨우 배설한 내용물은 그저 변기에 둥둥 떠 부유하는 부스레기들 뿐이었지요. 그 부스레기. 미안하다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투병이 지속되면서 거울 속에서 부친의 모습을 만날 때가 자주입니다. 매일 들고 나는 화장실 구석에서 그날의 변기가 생각이 나더군요. 여전히 죄송함에. 그리고 그리움에.
-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