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가 여니에게
우리는 다른 장르의 책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의 작가로서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책이 없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다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읽는다는 것이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이다
-전승환 <나에게 고맙다>-
아내와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장기간 답답한 송사와 재무적 상황, 좀처럼 진전이 없는 암치료의 차도, 그리고 점점 지쳐가고 아파오는 간병자의 고뇌. 그러다 문뜩 이런 말로 맞장구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살아 낸다는 건 기적 같아.
부침이라는 표현이 한참 모자랄 것 같은, 엄청난 삶의 굴곡에서 더 이상 희망이 없을 것 같은 순간에 적절한 손길과 응원, 기회가 찾아오곤 했습니다. 딱 그 고비만큼 이겨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그 정도. 그래서 살아내고 있습니다.
삶은 '이미 쓰여진 책'이 아니라
'지금 써내려 가고 있는 책 한 권'이라 생각합니다.
글과 말로 써 내려갈 수도 있지만 우선 마음 한구석에 잘 새겨 두기로 합니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책이 없듯,
이리 버티고 버티는 비루한 일상도 그 책의 한 줄이 되겠지요. 한 줄, 한 줄 꾸역꾸역 써내려 가는 나에게 참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대에게 더 고맙습니다.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